산업

[위기의 K-배터리]②"생산공정 개선, 품질관리 강화"…구체성 없는 원론뿐

백승룡 기자 2021-10-19 06:06:00
전기차 늘어날수록 화재 위험도 비례해 늘어나는 데 판매만 주력 명확한 원인 규명 안 돼도 완성차 고객사와 논쟁ㆍ대립 쉽지 않아

[데일리동방]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78만7300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2.4%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신차 판매량(4142만대) 중 4.2%를 차지했다.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2025년 2200만대, 2030년 3700만대 등으로 빠르게 늘어나면서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배터리 화재 관련 리콜 사례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독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화재가 빈번해 보이는 것은 경쟁사 대비 출하량이 많기 때문"이라며 "배터리 출하량이라는 늘어날수록 품질 이슈도 부각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급량은 28GWh(기가와트시)로, 삼성SDI·SK온(각각 5.9GWh) 보다 4배 이상 많다.

현재 전기차 화재 원인과 관련해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볼트 리콜에 대해 "분리막 밀림과 음극탭 단선이 드물지만 동시에 발생하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발생한 현대차 '코나EV' 화재와 관련해선 국토교통부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의 정밀조사 결과를 토대로 "LG에너지솔루션 중국 남경공장에서 초기 생산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 불량(음극탭 접힘)에 따른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면, 전기차 화재의 구체적인 원인은 매번 달랐다. 조금 바꿔 얘기하면 화재 원인은 여러 가지 또는 다양한 조합을 이뤄가며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화재 패턴은 문제 해결에서도 어려운 과제를 던진다.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더라도 큰 틀에서 배터리로 귀결되면서 리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배터리 회사는 화재 원인을 놓고 고객사인 완성차와 마냥 대립각을 세울 수도 없다. 리콜 책임 소재에서 빠지려다 자칫 고객사를 잃을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차 코나EV 리콜 비용의 70%가량을, GM 볼트 리콜 비용의 사실상 전액을 부담하면서도 완성차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한다.

현재로선 배터리 업체들이 리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안정성 강화'라는 원론적인 얘기 외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국내 업체들은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에서 배터리 출력과 관련된 니켈 함량을 높이면서도 코발트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니켈 함량을 80~90%까지 끌어올리는 '하이니켈' 추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반대 급부인 안정성 문제를 보완하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도입을 검토한 것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LFP 배터리는 주로 중국 업체들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하이니켈 배터리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열 안정성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FP 방식을 검토하는 주된 이유는 NCM 대비 20~30% 저렴해 저가 차량 수주를 위한 것"이라며 "차량에 탑재됐을 때 안정성이 높다는 측면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밝히긴 어렵지만, 품질 검사 공정을 늘려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100%에 가깝게 달성해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업체들이 생산공정 개선·품질관리(QC) 강화 등을 통해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상황이 현재 K-배터리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