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쿠팡 화재 후폭풍] ①안전불감증 도마 위에…화재 참사는 '인재'?

백승룡 기자 2021-06-22 17:30:23
화재 당시 근로자 신고도 묵살…초기 스프링클러 작동도 8분여간 지체 지난해 택배물류업체 가운데 산재 건수도 최다…4년간 꾸준히 증가세 "사업 확장 과정에서 근로환경·안전관리에 대한 고민 상대적으로 미흡"

화재로 까맣게 탄 쿠팡 덕평물류센터.[사진=아주경제DB]

[데일리동방] 경기도 이천 쿠팡물류센터(덕평물류센터) 화재와 관련, 쿠팡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가 약 8분 동안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관리가 미흡했던 데다가 근로자의 화재 신고에도 특별한 조치 없이 묵살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신을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노동자라고 밝힌 쿠팡 근로자 A씨는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지난 17일 오전 5시10분~15분께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평소 경보기 오작동이 심해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10분 뒤 퇴근 체크를 하는 과정에서 연기가 자욱한 것을 목격하고 쿠팡 관계자에게 알렸지만 "불이 난 것이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는 식의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에 일하시는 분들도 많이 남았는데 확인도 한번 안 해보고 왜 자꾸 오작동이라 하는거냐"며 재차 화재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다른 층을 찾아 화재 상황을 알렸지만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 작동도 지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이번 화재로 순직한 김동식 구조대장 빈소를 찾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자리에서 지난 20일 "최종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소방에서 자체조사해 확인한 결과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며 "원칙적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재 알림음의 오작동이 많다보니 화재경보 1회 때 대부분 피난하지만 이것이 2~3차례 되면 안일한 인식을 갖게 된다"며 "그러한 상황에서 스프링클러가 수동적으로 폐쇄돼 약 8분 간, 초기에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평소 쿠팡물류센터 내 경보기 오작동이 잦았고, 쿠팡 측이 이를 보완하기보다는 무시하는 방침으로 일관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쿠팡의 미흡한 안전관리는 이번 화재 사고에 한정되지 않는다. 윤준병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노동부에서 승인된 쿠팡의 산업재해 건수는 758건에 달했다. 운송·물류창고 서비스를 맡고 있는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산재도 22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CJ대한통운(24건), 롯데택배(4건), 로젠택배(3건) 든 경쟁 택배물류업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였다. 특히 질병보다 사고로 인한 산재 비중이 쿠팡(98%), 쿠팡풀필먼트서비스(91%) 모두 대다수를 차지했다.

산재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쿠팡의 산재 규모는 2017년 141건에서 2018년 193건, 2019년 334건, 2020년 758건 순으로 늘었다. 쿠팡풀필먼트도 2017년 48건에서 2018년 148건, 2019년 181건, 2020년 224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윤준병 의원실은 "이번 화재가 발생한 쿠팡물류센터는 4개월 전인 지난 2월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에서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소화설비와 경보설비 등 총 277건에 달하는 결함들이 지적된 바 있는, 결과적으로 미흡한 안전관리로 인한 예견된 인재(人災)"라면서 "쿠팡의 산재신청건수 가운데 사고로 인한 산재 승인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만큼 노동자들의 안전을 기업경영의 최우선적인 가치로 인식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시 근본적인 안전관리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물류센터를 늘려가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근로환경이나 안전관리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된다"면서 "예상치 못한 사고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최소화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가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