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개발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과거 민간기업들이 진행했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 발행 사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초기에는 특정 지역에서만 시범 도입돼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전국 단위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돼 미래의 CBDC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LG CNS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 전자화폐인 ‘마곡페이’를 운영 중이다. 마곡페이는 2019년 LG 사이언스파크 내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됐다.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전자화폐로 선결제 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마곡페이는 단순 화폐나 결제 서비스를 넘어 신원을 증명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신분증 기능까지 갖췄다. 지금까지는 중앙 집중화된 서비스 운영 주체들이 가입자 정보를 관리했지만 마곡페이는 개인이 스스로 정보를 인증‧관리하는 탈중앙화 신원 아이덴티티(DID) 기술이 도입됐다.
우리은행도 2017년 블록체인기술 업체인 데일리인텔리전스, 더루프와 함께 디지털 화폐 위비코인(가칭)을 발행하려다 중단했다. 위비코인은 선불전자지급수단 방식으로 앱이나 카드에 충전한 뒤 전용 가맹점에서 결제하거나 송금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 측은 2019년까지 상용화 논의를 이어갔지만, 최종적으로 위비코인 발행을 보류했다.
KT는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플랫폼 ‘착한페이’를 활용해 부산, 울산, 춘천, 세종, 김포, 공주, 익산, 칠곡 등 8개 지방자치단체에 서비스하고 있다.
착한페이는 사용자가 모바일 앱으로 다양한 지자체의 지역화폐를 충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반대로 가맹점들은 매장에서 결제한 지역화폐를 쉽게 현금으로 전환해 수령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위·변조나 해킹 위험이 낮아 지류형 지역화폐의 부작용이던 ‘불법 현금화’(종이 지역화폐를 중고 거래하는 것)를 차단할 수도 있다.
각 지역별로는 춘천시가 ‘소양에너지페이’를 발행해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한 시민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울산광역시는 울산페이를 발행해 배달서비스 ‘울산페달’과 연계했다. 앱으로 음식을 주문 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어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KT 측은 설명했다. 울산페달은 민간 배달 앱보다 수수료가 낮아 자영업자의 선호도가 높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2017년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열풍을 타고 지역화폐와 결제 수단으로 수많은 코인이 등장했지만, 이후 관심이 식으면서 많은 사업들이 도입 단계에서 중단됐다”며 “최근 규모가 큰 ICT기업과 핀테크기업이 지역화폐를 결제 시스템과 접목하고 있어 실제 금융현장에서도 충분히 도입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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