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주식 5000억원어치를 블록딜(대규모주식매매)을 통해 매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개인투자자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사전에 약속했던 기부재단 설립을 위한 블록딜이지만, 카카오가 액면분할을 단행한 뒤에 매각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 자금으로 기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액면분할 직후 블록딜 효과로 주가 하락···개미들 “주주가치 훼손 나타난다”
16일 카카오 주가는 11시20분 기준 전일보다 2.07% 하락한 11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액면분할 이후 증시로 돌아온 첫날인 15일에는 주가가 8% 가까이 올랐지만, 이날 오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블록딜 소식에 하락 전환했다.
김범수 의장은 개인 및 케이큐브홀딩스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약 5000억원치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 주식 6250만3155주를 보유했으며, 여기에 4969만7335주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도 김 의장 소유다.
카카오 측은 “이번 블록딜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상반기 재단 설립을 포함해 지속적인 기부 활동에 사용되며, 개인 용도로도 일부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의장은 올해 2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자발적 기부 운동 ‘더기빙플레지’를 통해 이를 공식 서약했다.
김 의장의 주식 매각과 관련해 개인투자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매각 시점이 액면분할 이후이기에 사실상 개인투자자들이 자금으로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15일 개인은 카카오 주식 434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774억원, 1441억원을 순매도했다. 블록딜의 경우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장이 종료된 다음 진행되지만, 그럼에도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나기에 다음날 주가가 하락이 반영된다.
개인투자자들은 포털사이트 게시판, 주식게시판 등을 통해 “주식 액면분할해서 주가상승분으로 쥐꼬리만한 기부금 내어놓는다”, “주주환원책이 우선인데, 이에 반하는 행위다”, “결국 개인투자자 투자금으로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증권·법조계 “주주가치 훼손으로 보기 어려워”
다만,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김 의장의 블록딜은 문제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블록딜이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기에 공매도의 대상이 되는데, 블록딜 직전에 공매도를 진행하는 것은 위규행위지만 그렇지 않다면 불법 행위가 아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문제의 소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블록딜로 인해 회사에 막심한 피해가 나타난다거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다”며 “액면분할한다고 무조건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김 의장이 주가를 부양시켜서 재단 자금을 마련하고 주주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생각은 비약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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