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탈탄소 속도전] 정유 장악한 사우디 아람코, 탈탄소·수소 시장도 점령

김덕호 기자 2021-03-31 17:20:48
에쓰오일·오일뱅크, 탈탄소·친수소 '아람코'와 함께

현대오일뱅크 플랜트[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데일리동방]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가 국내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수소, 수소연료전지, 탄소포집 등 다양한 부문에서 국내 정유사와 협력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선제적 투자로 읽힌다.

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이하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지분 63.5%를 보유한 대주주다. 2019년에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고, SK이노베이션과는 관계사 사빅을 통해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그간 아람코는 지분을 확보한 정유사를 통해 국내 원유 공급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이 영향력은 수소, 천연가스, 탈탄소 투자, 탄소포집 등 미래 에너지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에쓰오일의 미래사업 투자에는 대부분 아람코의 선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9년 6월 결정된 에쓰오일 SC&D(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 투자 계획은 대주주아람코의 결정으로 이뤄졌다. 60억달러(7조원)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최근 에쓰오일이 인수한 차세대 연료전지 기업인 FCI는한국-사우디아라비아 합작기업으로 대주주는 아람코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전문기업인 FCI는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그린수소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지주사인 현대중공업그룹과의 협력은 보다 광범위하다. 수소생산, 탄소포집을 비롯해 선박엔진, 해양 수송수단 개발 등 조선, 정유, 화학 분야로 협력 분야를 넓히고 있다.

지난 4일 현대중공업은 아람코 수소 운반 및 생산, 유통을 위한 수소 동맹을 체결했다. 

향후 현대중공업은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LPG와 암모니아를 수입하고,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내용이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선박을 통해 아람코가 가져가게 된다.

수소 생산, 운반, 인프라 구축 과정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현대중-아람코 수소동맹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또한 수소 운반선, 탄소 저장선을 개발하고, 미래에너지를 이용하는 선박을 개발하는 등 수소 생태계 전반을 공유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미래 에너지 부문에서 아람코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탄소저감,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포집·매장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국내에 대규모 탄소 저장시설이 없어 이를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에 담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정유업계 관계잔자는 "사우디 아람코는 탈 석유 과정에서도 에너지 패권을 유지하고자 한다"라며 "국내 정유사들과 수소에너지를 키우는 것은 아람코의 입장에서도, 국내 정유사의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