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첫날 은행 지점들 곳곳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서명을 받아야 하는 서류가 대폭 늘었고 상품설명 과정을 녹취해야 하면서 평소보다 30분에서 1시간 넘게 상품가입이 지연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면 영업이 적은 증권사나 카드사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평소보다 1시간 더 기다려···지점 내 북적
금소법 시행 첫날인 25일, 기자가 시중은행 일선 점포를 직접 방문해서 상황을 취재한 결과,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길게는 1시간쯤 더 대기 시간이 소요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오후 3시쯤 영등포구 A은행 지점을 찾아보니 다수의 대기자가 눈에 띄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 시간대에는 대기자를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 날은 상담 창구가 꽉 차있었다.
입구에서 안내하던 지점 경비 직원은 “평소 이시간이면 1~2명의 고객이 방문했는데, 오늘은 창구에서 금융상품 가입이나 처리에 시간이 길어지면서 대기 고객이 많아졌다”며 “점심시간에는 15명이 넘게 대기하고 있어서 은행 업무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분도 계셨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상품을 가입하는데 평소보다 2~3배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창구에 비치된 태블릿PC로 사인하고 넘어갔지만, 이날부터는 A4용지 4장 분량의 상품안내서를 직원과 고객이 번갈아 읽으며 녹음을 해야 했다. 녹음에만 약 20여분이 추가로 소요됐다.
무인 단말기(키오스크)를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도 중단됐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다음달 30일까지 STM(스마트 텔러 머신)에서 새로 입출금 통장을 만드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STM은 일반 ATM(현금출납기) 기능에 통장·체크카드 신규 발급, 통장 재발행 등의 서비스까지 가능한 기기다.
금소법에 따르면 입출금 통장을 새로 만들 때 약관, 상품설명서, 계약서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STM에서는 수십 쪽에 달하는 설명서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측은 향후 전자메일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STM 기능을 가진 기기 ‘유어스마트라운지(YSL)’에서 상품 신규·해지 서비스를 상품설명서 교부 시스템을 완비할 때까지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키오스크를 통한 예금과 펀드의 신규 판매, 신용카드 신규 발급 등을 4월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은행의 일부 온라인 서비스도 제한됐다. 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하이로보’의 펀드 신규·리밸런싱(재조정) 거래를 5월 9일까지 일시 중단한다. 포트폴리오 구성 관련 알고리즘과 더불어 펀드 가입 프로세스를 금소법에 맞게 변경하기 위해서다.
◇증권‧카드사 평소와 큰 차이 없어
같은 날 상대적으로 대면영업이 적은 증권사와 카드사는 평소와 큰 차이 없이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미 약관 등 서류상의 문구는 다 변경돼 있다. 서류가 추가되는 것도 아니다”며 “결국 녹취가 추가되는 상황인데, 은행처럼 고객과 직접 대면영업이 많지 않아 고객들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모집인 등록을 지속적으로 준비해왔고, 첫날이라 그런지 당장 문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는 카드 가입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추세라 대면에서 나오는 불편함은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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