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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②현대 이어 기아까지...노사갈등에 발목잡힌 전기차

김성훈 기자 2021-03-22 16:33:44
기아 EV6 온라인 예약에 노조 반대

기아가 지난 15일 공개한 EV6의 모습 [사진=기아]



[데일리동방]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흥행 대박을 터트리는 등 국내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용 불안을 우려한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해결과제로 떠올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출시 예정인 전기차 ‘EV6’의 인터넷 사전예약을 앞두고 노동조합과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이 “인터넷 사전예약은 결국 오프라인 판매망의 붕괴로 이어진다”며 온라인 예약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 국내사업본부는 최근 영업본부장 회의를 통해 “EV6 출시에 앞서 고객을 상대로 온라인 예약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EV6는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로, 이달 말 공개 후 7월 초 공식 출시 예정이다.

온라인 예약을 통해 출시까지의 공백을 메우고, 사전예약 참여를 높이고자 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V6의 온라인 사전예약은 인터넷으로 10만원의 계약금을 내고, 이름·연락처·희망 모델을 적어 신청하는 방식이다.

기아차 노조는 이 같은 온라인 예약이 곧 온라인 판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반대하고 있다.

기아 판매노조는 최근 노조 소식지를 통해 “온라인 예약방식 도입은 온라인 판매로 확대돼 영업직군에 심각한 고용 불안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국 EV6의 사전 온라인 예약이 전 차종 온라인 판매를 전제하는 수단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현재 차량 계약부터 대금 결제까지 가능한 온라인 판매를 체제를 활용하고 있다.

기아의 노사 단체협약 48조는 차종 별로 노조와 판매 방식 등을 협의할 것을 명시하고 있어, 온라인 판매가 논의될 경우 노조가 이에 반대할 수 있는 명분도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판매노조 역시 “오프라인 이외 채널에서 자동차 판매를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아 측은 온라인 사전예약에 대해 “고객 편의와 수요 예측 등을 위한 것으로 온라인 판매와는 다르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기아의 EV6가 온라인 예약 뿐만 아니라 생산에서도 노조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30~50%가량 적어 근로자의 ‘일감’이 줄기 때문이다. 일감 부족은 곧 고용 불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도 같은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겪다, 지난 10일 극적으로 생산라인에 배치할 인원수(맨아워·Man Hour)에 대한 합의를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아우디·BMW 등도 전기차 양산 계획에 따라 생산인력을 줄이는 추세”라며 “기아도 현대차와 같은 문제를 겪지 않으려면 선제적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아 노조는 이미 지난해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친환경차 부품 공장 신설에 반대하며, 전기차 생산으로 인한 고용 불안 우려에 대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