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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른 IP금융] ②BTS 인기 덕? IP금융 ‘쑥쑥’…흥국증권 이어 대형사 ‘러시’

김태환 기자 2021-03-23 06:05:00
지난해 국내 IP투자 규모 343억원 수준···“성장 잠재력 매우 큰 시장” 흥국증권 2017년 업계 최초로 IP투자팀 구성·IP 전문사모펀드 발행

[흥국증권이 입주한 태광그룹 흥국생명빌딩 사옥, 사진=태광그룹]


[데일리동방] 흥국증권이 증권업계의 불모지인 지식재산권(IP) 금융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강행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블루오션인 IP 시장 선점을 위한 흥국증권의 지원 확대는 주원 대표가 주도하는 전사 차원의 행보다. 최근에는 KB증권, SK증권 등 대형사들도 IP펀드 운용 노하우를 가진 회사와 업무협력을 추진하는 등 관련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 IP금융 시장 내 증권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순수 IP투자 규모 343억원···흥국, 2017년 시장 진출

19일 통계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순수 IP투자 규모는 343억원으로 IP 담보대출(1조3504억원)의 2.5%에 불과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IP투자는 IP를 사고팔거나 유동화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의 투자를 뜻한다. 엄밀히 따지면 IP 담보대출도 포함되지만, 아직까지 국내는 IP 가치평가 방법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식적으로는 IP투자로 간주되지는 않고 있다.

이처럼 IP 분야에 대한 투자가 부진하자 정부는 특허청,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등을 중심으로 추진할 ‘IP 금융투자 활성화 전략’을 수립했다.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2024년까지 IP투자시장 규모를 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8배 늘리고, 만성 적자인 IP 무역수지를 흑자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IP 무역수지(산업재산권+저작권)의 경우 지난해 8억90만달러 적자를 냈으며, 특히 산업재산권은 21억4450만달러 적자로, 전년(15억249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40% 늘어났다.

정부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증권사는 흥국증권이다. 이 회사는 2017년 특허 전문가를 영입해 증권업계 최초로 IP 투자팀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4월 첫 결과물로 IP 전문사모펀드 상품인 ‘IP로열티 유동화 전문사모펀드’ 1호를 내놓았다. 해당 금융상품은 국내 특허권개발 전문기업인 M&K홀딩스가 보유한 동영상 관련 세계적인 표즌특허(HEVC,H.265)를 담보로, 향후 애플이나 시스코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지급하는 특허권사용료(로열티) 수입을 수익으로 취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상품은 113억5000만원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흥국증권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기술 기반의 중소·벤처기업에 투자 및 융자를 해주는 여신전문금융업 사업인 ‘신기술사업금융업’ 자격을 취득했다. 증권사가 이 자격을 취득하면 벤처캐피탈(VC) 자격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번 자격 취득에 따라 흥국증권은 벤처와 IP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원 흥국증권 대표는 IP금융을 새로운 먹거리로 판단하고 블루오션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 대표는 평소에도 지식재산 전반에 관심이 많고,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사 차원에서 IP금융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여러 기관을 돌아다니면서 IP 금융에 대한 교육과 마케팅 활동을 진행 중이다.

◇KB·SK증권도 진출···“증권사 참여 늘어날 것”

대형사들도 뒤늦게 IP투자 시장에 뛰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흥국증권이 취득한 신기술사업금융업 라이선스를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등도 취득했다.

KB투자증권은 최근 중소벤처·스타트업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두호특허법인과 협업체계 구축했다. 두호는 국내외 IT·바이오·기계·화학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출원·등록 등을 하고 있는 특허전문 기업으로 국내외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관리 중이다.

SK증권도 지난해 엑셀러레이터(벤처육성기업)인 다래전략사업화센터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중소기업금융 업무 특화를 위해 상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성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고 기업금융 관련 업무와 함께 IP 자문과 투자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IP투자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BTS의 세계적인 인기와 더불어 IP를 활용한 게임의 흥행 등으로 (IP투자가)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밀어주기 때문에 앞으로 증권사들의 IP투자 시장 진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