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배당금 확대 주주제안에 이어 경영 목표까지 밝히면서 ‘조카의 난’이 본격화하고 있다. 법원의 결정으로 박 상무가 주주명부까지 얻게 된 만큼, 주총에서의 표 대결을 위한 양측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캐스팅보터인 국민연금과 일반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관건이라고 예상한다.
24일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대외 소통을 담당하는 ‘플레시먼힐러드’에 따르면, 박 상무는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자신의 경영 포부를 밝혔다.
박 상무는 “총체적인 기업체질 개선을 통한 전략적 경영과 사업 운영을 통해 2025년까지 시가총액 20조 달성을 목표로 미래를 선도하는 금호석유화학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 상무는 현재 금호석유화학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지난달 박찬구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해제한다고 공시하며 경영권 분쟁을 예고했지만, 공식적으로 경영권 확보에 나선 이유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상무는 입장문을 통해 “금호석유화학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주주제안을 요청하게 됐다”며 “이번 주주제안이 금호석유화학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바란다”고 주주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상무는 시총 20조 달성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기존사업과 시너지 강화하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 △글로벌 표준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과 이해관계자 소통 △장기적 관점의 ESG전략 수립과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등이다.
이번 입장문에서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의 금호리조트 인수 결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보였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금호리조트 인수를 결정했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과 어떠한 사업적 연관성도 없으며, 오히려 회사의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금호리조트 인수에 반대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금호석유화학 전체 지분의 4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관련 없는 리조트 사업을 인수하느니 배당을 더해달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철완 상무는 지난달 말에도 “배당을 현행의 7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주제안을 하며 주주친화적 행보를 보였다.
박 상무 측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KL파트너스를 통해 “현금 배당 확대 주주제안은 주총 안건 상정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문을 냈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에 대해 “적법하게 발행되고 유효하게 유통되고 있는 우선주의 발행조건에 위반해 더 많은 우선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박 상무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후 박 상무 측은 수정 주주제안을 보냈고, 금호석유화학은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박 상무와 금호석유화학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시장과 업계의 관심은 주총에서의 표 대결로 쏠리고 있다.
박 상무는 지난달 배당 관련 주주제안과 함께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금호석화 사외이사 4명의 자리에 자신과 가까운 후보 4명을 추천했고, 사내이사 후보로는 박 상무 본인을 추천했다.
여기에 최근 법원이 박 상무의 주주명부 열람을 일부 인용하면서, 양측의 우호 지분 확보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찬구 회장의 지분은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14.86%로, 10%인 박철완 상무보다 많다.
한때 권민석 IS동서 대표가 박 상무 편에 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보유 지분을 대부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박 상무의 처가와 여자 형제들이 지분 확보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고(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 상무는, GS그룹 방계 회사인 코스모그룹의 허경수 회장의 차녀와 결혼했다.
고 박정구 회장의 장녀 은형 씨는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과 결혼했고, 차녀인 은경 씨는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의 아내다. 삼녀 은혜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혼인했다.
지분 8.16%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국민연금과 일반 투자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싸움이 될 것”이라며 “박 상무가 소액주주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도 이를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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