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대차 왕의 용퇴]③ 지배구조·미래차...숙제 많은 정의선號

김성훈 기자 2021-02-22 17:25:04
E-GMP 모델 안착·중국 시장 공략·IT기업과의 경쟁 등 과제 산적 올해 안에 지배구조 개편해야...지속가능경영위, 중요한 역할 할 듯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사진=현대자동차그룹]
 

[데일리동방] 정몽구 명예회장의 용퇴로 정의선 회장 체제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만큼 정 회장의 책임도 그만큼 막중해졌다. 당장 올해 안에 지배구조 개편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 공략·경쟁사 견제 등 그룹 내외부에 과제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개발 기업 BYD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차가 검토 중인 BYD의 배터리 모델은 ‘블레이드 배터리’로, 말그대로 칼날 처럼 얇고 긴 셀을 끼워 넣는 형태로 제작됐다. 기존 배터리보다 크기가 작고 화재 위험을 줄였다는 장점이 있다.

안정성과 효율성 외에 현대차가 BYD에 접촉하는 이유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현재 자국 기업의 배터리와 부품을 사용하는 전기차 등에 주로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를 노린 현대차가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3차 배터리 공급사로 CATL을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차를 세계 5위의 완성차 기업으로 끌어올린 정몽구 명예회장의 완전 퇴임이 다가오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책임은 더욱 커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66만4744대로 전년 대비 26.9% 줄었다.

오는 25일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오닉5 뿐만 아니라 후속 시리즈인 아이오닉7 등이 해외에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시장 공략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제네시스의 전기차 브랜드 프로젝트 JW 등의 중국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비단 중국 공략 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미래차 시대에 현대차와 기아의 경쟁사는 완성차 업체만이 아닌 거대 IT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가진 IT기업들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애플과의 협력이 무산되면서,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부문 강화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아직 테슬라와 같은 구독형 소프트웨어를 확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IT기업의 미래차 시장 진출을 허용할 경우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룹 내부의 당면 과제로는 ‘지배구조 개편’이 있다.

내년 공정경제3법 시행으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에 순환출자 고리를 개선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새로 출범할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8일 주주총회 소집 공시에서 기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곧 이사회를 통해 정관을 변경하는 주총 안건을 확정, 공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ESG 관련 의사결정 권한을 더할 방침이다. 정부 규제와 ESG 지침을 모두 만족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지속가능경영위가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퇴임한 해의 경영 실적은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정 회장이 해외시장 공략과 경쟁력 강화, 지배구조 개편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