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를 늘리겠다고 밝힌 후, 개인투자자의 대주상환기간을 60일로 제한해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에만 무제한 대주를 허용해주면 결국 시장 환경이 기존과 달라질 게 없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대주를 관리하는 한국증권금융은 개인투자자가 공매도용 주식을 빌릴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제한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용 주식 신용대주는 증권사에 신용융자 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빌리고, 매수하려는 종목을 증권사에 담보로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서 상환에 대한 제약이 없으면 대차기관의 리스크가 높아진다. 이 때문에 공매도 포지션을 제한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일종의 보호기간으로 60일을 설정했다는 게 한국증권금융 측의 설명이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들은 개인이 이용하는 신용대주가 아니라 대차중개기관을 활용해 증권을 대여·차입하는 대차 서비스를 이용한다. 개인투자자들과 달리 기간의 제한이 없으며, 종목에 대해서도 사실상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기관과 외국인들에게 무제한 대주를 허용하게 되면 공매도 제도 개선 이전과 달라지는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한국증권금융이 개최한 ‘개인 대주 접근성 개선’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유원석 강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의 신용거래와 동의 받은 신용매수 물량이 제한되면서 대주가능 재원이 부족하다”며 “또한 대주의 경우 최대 만기가 60일에 그쳐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신용융자고객에게 담보주식을 활용한 추가 수익 창출 기회를 부여하고, 대주이율 차등화로 대주 수익성을 높여 대주풀 재원 제공에 대한 유인을 확대해야 한다”며 “실시간 거래시스템을 구축해 일본증권금융과 같이 중앙집중식으로 대주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존 관행과 반대로 기관들이 이용하는 대차시장의 상환기간을 60일로 통일하자는 역제안도 나온다. 기관 공매도에 기간 제한을 두면 주가 하락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국회에서 대차시장에 기간 제한을 두자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제도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주식을 처음 차입한 기관이 다른 차주에게 주식을 다시 대여하는 이른바 ‘재대차’ 방식을 이용하면, 기간을 제한해도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차주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대차 만기연장이 가능해 제도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기관에게만 대차방식을 적용한 것은 개인투자자보다 신용도와 담보능력, 거래규모 등이 월등히 크기 때문”이라며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나는데 대주기간만 제한한다고 해서 개인투자자와의 형평성을 맞추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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