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해 "살균제 성분의 제품과 폐질환 및 천식 발생·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런 이상 피고인들이 제조하고 판매한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에 대해 더 나아가 살필 필요가 없어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사회적 참사이며 해당 성분으로 인한 피해가 접수됐고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다"면서도 "이번 판결이 향후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재판부가 2년 넘게 심리한 결과, 현재 나온 증거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CMIT와 MIT 등은 앞서 일부 제조사 관계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다른 성분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형무소에 구치하지만 징역처럼 강제노동은 시키지 않는 형벌이다. 이밖에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 담당 직원들, 제조업체 직원들 총 11명에게는 각 금고 3년 6개월~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SK케미칼이 애경산업과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CMIT 및 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사용한 ‘가습기 메이트’ 제품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 전 대표는 1995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로 근무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SK케미칼과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 제품 라벨에 흡입 시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정보를 은폐·누락한 정황을 발견했다.
이들은 오히려 제품 라벨에 "영국 헌팅턴 라이프 사이언스(Huntington Life Science)에서 저독성을 인정받은 향균제를 사용해 인체에 해가 없는 안전한 제품입니다"라고 표기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판결과 관련해 피해자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법부의 기만이다. 판결에 수긍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장동엽 참여연대 간사는 "CMIT·MIT의 유해성은 이미 학계에 보고돼있고, 근거도 충분히 있다"며 "어떻게 죄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씨는 "최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윈회법이 개정되면서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이 활동 종료됐는데, 이를 재개정해서라도 진상규명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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