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물 올 때 노 젓는다’...LG에너지솔루션, 연내 상장 가능성 커져

김성훈 기자 2021-01-11 17:04:26
LG에너지솔루션, 증권사에 상장 위한 입찰 제안서 발송 예정 배터리 수요 증가·경쟁사 약진...상장 통한 추가 투자 필요성↑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사진=LG에너지솔루션]


[데일리동방] LG에너지솔루션이 빠르면 올해 안에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는 지금, 상장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가까운 시일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주요 증권사에 보낼 계획이다. 제안서를 통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면 올해 안에 상장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1분기 지정 감사를 받고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요청하면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경우 상반기 중에 승인받을 수 있다.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연내 상장이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애초 내년으로 예상한 상장 시기를 앞당긴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2차전지 수요의 급증이다.

KB증권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지난해 130GWh에서 2025년 626GWh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37%씩 성장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약 2배 늘어난 129만 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쟁업체들의 약진도 상장을 앞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CATL이다. 배터리 시장 전문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세계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CATL은 24.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차이는 불과 1.6%다. 같은 해 10월까지만 해도 LG가 1위였지만 중국 내 전기차 판매 증가로 CATL이 역전했다.

CATL 외에도 국내에는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가, 해외 기업으로는 파나소닉이 TOP5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직 1·2위와의 점유율 차이는 큰 편이지만 이들 기업 모두 큰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의 배터리 부문 진출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기업들은 이미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돌입했다.

테슬라는 지난 2019년 인수한 맥스웰테크놀로지의 건식 전극 공정을 도입한 배터리를 시범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협력사인 파나소닉과도 이미 조인트벤처(JV)를 세웠다.

BMW도 독일 뮌헨에 ‘배터리 센터’를 열고, 오는 2022년 가동울 목표로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 ‘귀쉬안’의 지분 일부를 매입했고, BMW와 함께 출자한 스웨덴 스타트업 ‘노스볼트’를 통해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프랑스 자동차 대기업 PSA도 석유업체 ‘토탈’의 자회사이자 배터리 제조업체 ‘사프트’와 합작사를 설립해 프랑스와 독일에 각각 24GWh 규모의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처럼 늘어나는 배터리 수요와 경쟁업체들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수이기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금을 마련을 위해 상장 시기를 앞당겼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LG에너지솔루션 출범 발표 당시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주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대규모 투자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를 통해 모집 가능한 자금도 약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해외 배터리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120GWh였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까지 260GWh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증시가 좋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상장 계획을 앞당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며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다면 하반기 IPO 대어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