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보험사 금리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분석 대상인 8개 생보사(삼성·한화·교보·농협·신한·미래에셋·KDB·푸본현대생명) 중 올 하반기에 생명보험사 금리 위험이 확대되면 한화생명, 농협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4개 생명보험사의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장 최근에 한국기업평가가 내린 생명보험사 4곳의 IFRS17(신 회계기준), 신종자본증권 등급은 각각 한화생명(AAA(부정적)/AA(부정적), 농협생명(AA+(안정적)/AA(안정적), 푸본현대생명(A+(안정적)/A(안정적), KDB생명(AA(부정적)/AA-(부정적)이였다.
올 하반기에는 국내 가계부채, 부정적 경기 전망으로 금리가 떨어지거나, 상승하더라도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전망했다.
저금리 시기에 보험사 운용자산 이익률이 최저보증이율 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면 생명보험사 재무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보통 생보사는 종신보험처럼 먼 미래에 보험금을 돌려주는 상품을 판매한다.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돌려줄, 부채 듀레이션이 다가올 날을 대비해 자산을 운영해 저금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예로, 대형사 생보사 중 한화생명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88% 급증하는 등 수익성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이는 상당수가 채권처분 이익 때문으로 하반기에는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올 1분기 한화생명의 처분손익 규모는 3722억원으로 전체 손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7%로 생명보험사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서 손익으로 메꿨다는 의미다.
송미정 연구원은 "채권을 매각한 이후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재투자하면 이자수익률 하락 속도가 빨라져 문제"라며 "신규투자 금리부자산 중 채권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화생명은 자본완충력(LAT순잉여액비율)도 7.8%로 낮아 삼성생명(12.2%) 보다 열악하다. LAT란 결산 시점의 할인율을 반영해 보험사 부채가 현 부채보다 크면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하게 하는 제도다. 책임준비금 대비 잉여금 비율이 낮으면 금리가 하락할 때 마다 LAT 부담이 늘어난다.
중소형 생명보험사 중 농협생명은 올 1분기 저축성보험 비중이 62.7%로 높고 버퍼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KDB생명은 채권이익 매각 영향으로 이차손익(자산 운용의 실제 이율이 예정 이율과 달라져 생기는 손익)이 부담이 될 것으로 봤고, 푸본현대생명은 LAT순잉여액 비중이 낮고 저축성 위주 신계약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됐다.
올 6월 기준 농협생명, KDB생명, 푸본현대생명의 LAT 순잉여액비율은 7.0%, 7.4%, 1.7%다. 특히 푸본현대생명의 LAT 순잉여액비율(1.7%)은 완충력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추가 준비금을 적립할 필요성이 크다. KDB생명의 경우 1분기 개별 당기순이익은 429억원으로 지난해(99억원)보다 4배나 급등했지만, 매각익이 2323억원으로 전년(859억원)보다 1464억원 늘었다.
농협생명은 최근 유상증자, 유가증권 재분류로 취약한 재무 상황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농협생명은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보유 중인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는 농협생명 RBC비율 개선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농협생명의 6월 말 RBC비율은 193.71%였지만 최근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덕분에 200%를 넘었다.
반면 신한생명, 미래에셋생명은 자본완충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무건전성이 단기간에 저하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신한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LAT 순잉여액 비율(6월 기준)은 각각 22.8%, 20%로 생보사 중 상위 수준이다. 1분기 기준 처분손익 비중도 11.9%, 13.2%로 10% 내외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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