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풍이 올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카카오뱅크'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공모를 진행했다는 '트랙 레코드'를 확보할 수 있고 수수료 수익도 챙길 수 있어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관련업계에서는 IPO 명가로 손꼽히는 미래에셋대우와 NH증권이 카뱅의 경쟁사와 관계가 깊어 상장주관사 선정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카카오그룹과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온 삼성증권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뱅크 IPO 기대감 크지만…한투증권은 '어렵다'
16일 장외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 사이트에서 카카오뱅크 주식은 12만2000원대의 거래가가 형성된 상태다. 카카오뱅크의 장외시장 주가는 7만원대에 형성돼 있었는데, 지난달 초 10만원대를 넘어선 후 최근 12만원대까지 상승했다.
카카오뱅크 비상장 주식의 가격 상승은 IPO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IPO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를 받기 어렵다. 또 공모에 성공해도 2~3주를 받는데 그친다. 따라서 IPO가 예정된 카뱅의 주식을 선점하려는 매수 수요가 장외거래 사이트로 몰린 것이다.
카뱅에 대한 IPO 흥행 조짐에 대형 증권사들의 주관사 선정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IPO 트랙 레코드를 많이 보유한 증권사들은 미래에셋대우, NH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있다.
여기서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지주가 카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어 현행법상 주관사가 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4월 시행된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협회가 정하는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발행하는 주식 및 무보증사채권의 인수를 위해 주관회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한국투자는 카뱅 지분이 없지만 대주주가 4.93%를 보유데다, 계열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28.60%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투자가 주관사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감독당국이 유권 해석을 거쳐야 한다. 유권해석이 나오는데 오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 상장주관사 선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카카오와 굳건한 신뢰 구축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카뱅의 경쟁사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주관사 선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네이버에 약 8000억원을 투자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고 협업을 시작했다. 올해 6월에는 하루만 돈을 맡겨도 최대 연 3% 이자를 제공하는 '네이버 통장'을 출시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다. 지난 2016년 8월 NH투자증권은 282억5000만원을 출자해 케이뱅크 주식 1033만8964주를 확보했다. 지분율은 10%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은행업을 이미 하고 있는 NH금융지주 산하의 회사다. 사실상 자신이 속한 그룹의 경쟁사를 돕는 일을 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KB증권도 마찬가지다. KB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뱅이 전통 은행의 경쟁자로 두각을 나타낸만큼 상장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가장 유력하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다른 증권사들과는 달리 핀테크 기업에 출자하지 않았고, 금융지주에 속해 있지도 않다.
특히 삼성증권은 카카오게임즈 대표주관사로 합류했다는 트랙 레코드를 가지고 있다. 이미 카카오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면서 신뢰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카카오의 상장 주관사와 합병 자문사를 도맡았고, 카카오게임즈까지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면서 카카오 그룹의 신뢰도를 꾸준히 쌓아왔다"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프라이빗뱅커 고객으로 만나 지속적인 관계를 이끌어갔다는 얘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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