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모채 조달’ 현대중공업지주, 비우호적인 환경에 기댈 곳은 SPV뿐?

김동현 기자 2020-09-15 15:18:34
다음달 7일 1000억원 규모 수요예측 나서 지난해 5.5배 흥행…올해 실적부진 여파 작용할 듯 A급 투심위축느오 자금조달에 영향 끼칠 전망

현대중공업지주의 매출 63%를 차지하는 현대오일뱅크의 한 사업소의 모습.[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데일리동방] 다음달 16일 공모채 발행에서 나서는 현대중공업지주(A-/안정적)가 올해는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와 상반기 악화된 실적, A급 회사채 투자심리 위축 등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중공업지주도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다음달 7일 수요예측을 거쳐 16일 1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 주관하며, 하이투자증권과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가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이번 발행은 지난 6월 발행한 3년물 450억원어치 사모채와 올해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현대중공업지주 공모채 발행이 지난해 발행 때와 같이 흥행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1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5550억원 주문이 들어와 2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일단 지주는 물론 핵심 계열사 실적이 부진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9조7221억원, 영업손실 3829억원을 각각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2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3464억원 흑자에서 –382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전체 매출의 63%가량을 차지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올 상반기에만 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이 부진했다. 신용등급은 AA-로 높은 편이나 올해 매출 14조8620억원, 영업손실 3070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실적 정상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원유 수요 감소와 저유가로 정제마진이 좋지 않아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나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자회사인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1000억원 넘는 적자를, 지난 5월 로봇부문 물적분할로 재탄생한 현대로보틱스도 2분기 매출 544억원, 영업이익 18억원 기록에 불과해 실적 기여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채권시장에 불어닥친 A급 회사채 투자심리 위축 역시 조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6월 1일부터 이달초까지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맞은 기업들은 총 7곳이며, 이 중 5곳이 신용등급 A급 기업이다. 일부 기업은 민평금리대비 최대 100bp가량 높은 시장친화적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미매각을 면치 못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민평대비 19bp가량 낮은 2.364%의 금리로 공모채 흥행에 성공했으나 올해에는 고금리카드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업실적 저하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위축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A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산업과 종목별로 차별화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우려가 큰 건설, 화학, 지주업종을 중심으로 투자수요 끌어들이기가 더욱 어려운 시장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대중공업지주가 자금조달을 위해 기댈 곳은 SPV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SPV의 참여 여부는 결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SPV의 지원 조건은 충족되는 만큼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PV를 설립한 이후 A등급 3년물이라는 지원조건을 충족하는 비우량채에 대해선 매입에 나섰던 만큼 향후에도 매입대상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인수단 참여 및 미매각분 매입을 진행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진=현대중공업지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