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과 대우산업개발 간 두산건설 매각 논의가 최종 결렬됐다. 결국 두산건설 매각을 통해 재무적 리스크 제거와 두산중공업을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개편하겠다는 그룹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두산건설 매각대금으로 최소 2000억원을 책정했지만 대우산업개발은 약 500억원을 제시해 가격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딜이 깨지게 됐다. 두산건설 후순위 매입 희망 후보군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으며 사실상 연내 매각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설상가상 매각작업이 진행되던 두산건설 사옥의 손바뀜 역시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두산건설은 지난 6월 22일 진행한 논현동 사옥 매각 본입찰에서 블루코브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논현동 사옥은 2500억원 규모의 매각가가 책정되며 협상이 이어졌으나 블루코브자산운용이 매각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딜이 무산됐다.
현재는 차순위 원매자 이지스자산운용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분당신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을 내놓으며 대량 임차인이 빠져나가며 공실리스크도 불거지고 있어 매각작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그룹이 이달 예비입찰을 진행할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작업 역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오는 22일 예비입찰을 앞두고 있지만 뚜렷한 원매자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핵심 계열사인 두산밥캣을 제외한 채 매물로 나와 시장의 반응이 차갑기만 하다.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건설기계부분 1위 업체이긴 하지만 인수 시 떠안아야 할 리스크가 큰 점도 매각에 악재로 작용한다.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를 둘러싼 재무적투자자(FI)들과 각각 100억원, 7051억원 규모의 소송까지 인수자가 떠안는다는 조건도 내걸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5조원에 인수해 알짜 회사로 키운 계열사인 밥캣은 끝까지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인프라코어에 대한 시장 반응 낮을 경우 밥캣 매각카드까지 꺼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두산 관계자는 “자구안의 일환으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지분매각을 진행할 계열사에 대해 확정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두산밥캣은 인수 후 글로벌위기 등을 넘고 소형 중장비 부문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그룹 내 주력 계열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매출 4조4593억원, 영업이익 4770억원을 올려 자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두산인프라코어보다 우수한 실적을 올렸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건설기계 연결 영업이익의 62.9%를 차지했던 밥캣을 분리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물로서의 매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밥캣이 배제된 두산인프라코어 딜은 단기간에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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