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모회사인 금호산업에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재실사를 요구했다.
전일 오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 국유화 관련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감안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 이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급등했다.
HDC현산과 손 부위원장 발언에 시장은 아시나아항공 ‘노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HDC현산은 인수 철회를 위한 명분을 쌓고, 당국은 플랜B를 이미 가동시켰다는 해석이다. 특히 ‘관계기관과 협의’라는 문구에 이목이 쏠렸다.
최근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법률자문사를 기존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로 교체했다. 김앤장은 국내 인수합병(M&A) 자문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호반건설은 자체적으로 대우건설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던 중 김앤장을 법률자문사로 선정했다.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해외사업 부실을 빌미로 ‘노딜’을 선언했다.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는 차치하더라도 일부 닮은 구석이 있다. 산은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과 감사보고서 사태 발생, 인수자들의 투명하지 않은 정보공개를 지적 등이다. 산은이 여타 문제보다 ‘인수자 의지’를 강조하는 것도 유사하다.
HDC현산이 김앤장을 선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김앤장은 과거 산은 관련 사건을 두고 동반자이자 때로는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며 “인수포기 등은 섣부른 판단이지만 HDC현산이 법률자문사를 교체한 것은 기존 계획(인수)에서 선회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앤장이 산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물론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HDC현산이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작년 말 발급받은 투자확약서(LOC)가 만료됐다. 현재 HDC현산은 연장하지 않은 상태다. 6월 들어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내부회계 관리 미흡 ▲반복된 영업손익 정정공시 ▲리스부채에 대한 적정성 등을 지적했다. 사실상 제대로 된 실사를 하지 못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책임을 산은에 떠넘기는 모습이다. 7월에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부진이 예상됐음에도 이를 강행했다. 결과는 대규모 미매각을 기록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국유화는 산은에 큰 부담”이라며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그 후폭풍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전부터 조급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관련 라임펀드 투자, 금호고속 부당지원 등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면서도 “HDC현산도 협상 테이블에 나와 거래를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인수 무산에 무게를 두고 움직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려운 항공업 환경이 아시아나항공 거래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 그러나 산은과 HDC현산이 서로 신뢰하지 못한 것이 더 큰 이유로 꼽힌다.
신뢰 문제를 논하자면 사실 산은 측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영구 CB를 공모가 아닌 사모로 진행된 점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영구CB는 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고 매각 후 경영정상화 등에 따른 자금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산은은 금호석유화학 CB발행 당시도 이를 독식했고 2배에 가까운 차익을 거뒀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금호석화 CB 발행 당시 금융회사들은 산은이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며 “아시아나항공 CB에 대한 정보도 산은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이를 독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산은이 국책은행인지 민간금융회사인지 헷갈릴 정도로 출범 취지 등이 사라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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