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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제주항공 M&A 무산, ‘의혹’과 ‘불신’ 얼룩진 결과

이성규 기자 2020-07-24 02:07:00
코로나19 여파, 신중해진 결정...지급보증·미지급금 공방 정치 인물 관여·베일 가려진 사안 미해결 등 부담 이스타 전 직원 "노조가 철회 상황 부추긴 부문 있어"

[사진=김지윤 기자]

[데일리동방]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무산을 선언하면서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금전 문제지만 정치권 인사와 타이이스타젯 등 명확하지 않은 사안들이 중심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과 맞물리면서 불안감은 더욱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빅딜 무산 이유로 노조를 지목하지만 핵심은 아니다.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커져가는 의혹과 불신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철회한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3월 2일 SPA를 맺은지 4개월여 만이다. 현재 상황에서 인수 강행은 제주항공에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SPA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인수무산 예고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주장이 SPA 합의 내용과 다르고 제주항공은 계약 해지 권한이 없다고 비판했다.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며 생존을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공방을 벌이는 핵심은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 관계(지급보증 관련), 미지급금 해소 여부 등이다. 이스타항공은 지급보증 등 계약서상 명시된 선행조건은 모두 완료했지만 미지급금 해소는 의무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젯 관련 문제를 공문 없이 구두로만 해결됐다고 전달한 점, 미지급금이 해결되지 않은 점을 계약 해제 원인으로 지목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지급금이다. 양사 계약 당시 이스타항공 미지급금은 800억원 수준이었다. 현재 미지급금은 1700억원으로 늘어났다. 쟁점은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여파를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하는지 여부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피해를 감안하는 계약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관련 공방이 지속된 가운데 시선은 정부 지원으로 쏠린다. 지난 3월 한국산업은행은 이스타항공은 제외한 LCC 5개사(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제주항공, 진에어)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심각성으로만 보면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원이 급선무지만 대출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배제했다.

대신 제주항공에 인수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무언의 인수 압박인 셈이다. 이를 두고 인수합병(M&A)업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M&A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인수포기를 빨리했다면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주장과 이스타항공이 산은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조기 법정관리에 돌입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치 중”이라며 “겉으로만 보면 후자가 맞지만 M&A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전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속도가 가장 중요한 시점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거래가 늦춰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해관계 성립은 한쪽 입장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측 모두 일정부분 잘못이 있다는 의견이다.

이스타항공 입장에서 기댈 곳은 제주항공뿐이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은 제주항공이 인수를 결정하는데 더욱 고심하게 만들었다. 제주항공 자체도 힘든 상황에서 사세를 확장하는 것은 위기로 몰고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항공산업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인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IB관계자는 “항공업은 공급과잉으로 부정적 전망이 주를 이루던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투자 기피 심리가 더욱 강해졌다”며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이 자신들이 감내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항공은 인수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인수 철회를 위한 명분도 필요했다는 것이다. M&A시장에 참여하는 인수 주체라면 당연한 처사다. 특히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와 연관됐다는 점, 타이이스타젯 관련 사안 등 베일에 쌓여있는 사안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거부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 노조가 인사·노무와 관련 SPA 조항을 어겨 딜(deal)을 무산시켰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 이스타항공 직원은 “노조가 원인이라고 단언하긴 어렵고 제주항공이 인수철회 명분을 찾고 있던 상황을 부추긴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며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하루라도 빨리 안정이 되길 원하는 반면 제주항공은 인수에 대한 부담과 이스타항공에 대한 의혹이 점차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양측 모두에 잘못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