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명동시장 톺아보기] 오너일가 일탈, 태풍을 알리는 전조현상

김성욱 경제산업1부 부장 2020-04-27 03:07:00
특정 기업서 발생한 문제, 시장은 예민하게 대응 오너家 불법 행동, 기업평판 회복 어렵게 만들어

[그래픽=조하은 기자]

[데일리동방]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자금시장인 명동은 최근 들어 단순히 어음할인을 넘어 새로운 기업평가 분야인 ESG(환경・사회가치・지배구조) 평가까지 반영해 기업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경영상 각종 리스크는 물론 ESG 평가는 선진 경영평가에서 중요한 평가사항이고 실제로 자금시장에서는 기업신용도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명동시장 톺아보기를 통해 매주 업종・기업 또는 이슈에 대해 시장의 평가와 자금시장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바람이 불고 먹구름이 몰려오면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의 태풍이 온다. 이 정도는 우리가 일상 생활상식으로 알 수 있다. 기업자금시장에서도 자금을 구하려는 수요기업, 업종, 금액, 기간 등에 따라서 앞으로 우리 경제 전망이나 기업 동향을 예측한다.

지난주 명동자금시장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보기 힘든 호텔에서 발행한 어음할인 의뢰가 들어왔다. 평상시라면 기업 재무자료나 최근 동향 평판자료로 할인이 가능했을 정도의 규모를 갖춘 호텔이다. 그런데 시장에서 거절됐다고 한다. 발행한 기업보다 수취한 기업이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업종, 지역에 따라서 할인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은 항공, 여행, 호텔 등은 가장 피해가 큰 업종으로 손꼽힌다. 그러다보니 이들 업종의 구조조정과 휴업 등으로 인해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 거기에 지역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이어서 그런지 할인이 거절됐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외부적 위험은 특정기업 문제가 아닌 국가 전체 나아가서 전 세계적인 어려움을 겪는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특정기업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ESG 평가 차원에서도 다루지만 기업의 특정 문제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오랫동안 부정인 평가가 이어진다.

최근 B사 오너 아들은 여성들과 성관계를 촬영한 후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돼 사회적인 공분을 산적이 있다. C사 오너 아들도 마약혐의로 재판을 받고 처벌됐는데도 최근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C사는 사건이 불거지자 ‘모든 경영에서 영구 배제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신속히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정기적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C사는 영구라는 의미가 영원히는 아니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이 같은 특정기업 오너일가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는 평가를 한다. 명동자금시장에서 기업정보와 평판관련 사업을 하는 중앙인터빌 관계자는 “기업 오너일가의 불법행동은 끝까지 부정적인 평가를 하게 만든다”며 “아무리 사회공헌사업을 한다고 해도 진정성을 의심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까지 만든 것도 오너일가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정기업 오너일가의 불법과 비상식적인 행동은 기업에 밀어닥칠 태풍의 예고라고 봐야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