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산그룹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두산중공업 자구안을 제출했다.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알짜 자회사로 꼽히는 두산솔루스 매각 등 유동화가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한 매각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두산은 이번 자구책을 제출하기 전에 두산솔루스 매각을 위한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는 두산그룹이 보유한 두산솔루스 지분 51%에 대해 6000억원을 제시했다. 경영권프리미엄이 포함된 금액이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라는 판단에 협상을 중단했다. 새로운 원매자를 찾아나서던 중 스카이레이크는 7000억원으로 올려 제시했다. 그럼에도 두산그룹은 기존 ‘물밑 협상’이 아닌 공개 매각으로 전환했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거래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은 20~30%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스카이레이크가 생각한 두산솔루스 기업가치(지분 100% 기준, 경영권 프리미엄 제외)는 ‘최대’ 1조원이다. 반면 두산그룹은 ‘최소’ 1조원을 생각하고 있어 두 주체가 생각하는 가치는 크게 엇갈린다. 현재 두산솔루스 시가총액은 공개 매각 발표 후 빠르게 상승해 1조원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솔루스 주가수익비율(PER)은 40배가 넘는다. 주당순자산비율(PBR)도 7.5배 수준이다. 절대 수치만 본다면 이익이나 자산가치 대비 현저히 고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고평가 부담을 낮추는 요인은 성장성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두산솔루스가 오는 2025년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연평균 각각 28%, 30%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32%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대에 달하는 성장은 3년간 기업가치를 2배로 올리게 된다. 주가가 현 수준에 머무른다고 가정했을 때 PER, PBR 등 지표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통상 사모펀드는 최소 3~4년 투자기간을 고려한다”며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성장률을 30%로 가정했다면 상당히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매년 고성장을 예상하고 인수를 시도한다는 것은 큰 위험을 짊어지는 일”이라며 “리스크 관리 측면 당연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인수합병(M&A)에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한 대표 지표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다. 두산솔루스의 지난해 EBITDA는 451억원이다. 두산그룹이 적용한 멀티플은 20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동종업계 평균을 고려하면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EBITDA는 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기업들에 유리한 지표다.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 등 현금이 유출되지 않는 항목을 더해 구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EBITDA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 한 가치평가가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손익계산서는 일시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일어난 부분을 매년 일정부분 반영해주는 반면 EBITDA는 단기 유동성을 확인하는데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기업평가 시 해당 산업에 적절한 평가지표를 적용한다”며 “M&A에서는 EBITDA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만 인수자 입장에선 꺼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두산솔루스가 어떻게 얼마에 매각될지 알 수 없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 수준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중요한 것은 현재인 만큼 두산솔루스를 두고 가치 이슈가 주목을 받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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