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오스카 新 역사 쓴 기생충...숨은 주역 CJ 부회장 이미경

기수정 기자 2020-02-10 14:33:18
직접 현장 뛰며 스태프 챙기는 열정…인맥 총동원해 홍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사진=CJ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세계 영화계 새 역사를 쓴 데는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생충은 10일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20)에서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감독상과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최초·아시아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날 이미경 부회장은 ‘기생충’ 책임프로듀서(CP) 자격으로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그의 미소와 헤어스타일, 말하는 방법, 특히 영화 만드는 방식과 유머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봉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동생인 이재현 CJ 회장을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기생충을 지지해준 모두, 기생충을 만든 모두, 그리고 기생충을 사랑해준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 영화를 보러 가주시는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저하지 않고 저희에게 의견을 얘기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의견 덕에 저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다”며 “이같은 의견 덕에 많은 감독과 창작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영어로 제작되지 않은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특히 101년 한국영화 역사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도 이번이 최초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첫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에 이름을 올렸다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기생충이 써내려간 쾌거가 감독의 능력과 뛰어난 작품성, 탁월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 그리고 CJ 측 통큰 투자가 어우러졌기에 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 배경에는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했다. 

1995년 영화사업에 처음 뛰어든 그는 이재현 회장과 함께 아티스트와 문화콘텐츠를 발굴하며 CJ를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큰손으로 성장시켰다.

이 부회장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이자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이사진 등으로 활동하며 해외 인맥을 넓히며 영화판을 키워 왔다.

봉준호 감독이 CJ와 손잡은 첫 영화 ‘마더’가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이 부회장은 봉 감독을 응원했다. 특히 마더가 프랑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자, 직접 칸까지 가서 그가 가진 인맥을 총동원해 홍보활동을 펼쳤다.

직접 현장에 나서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 이 부회장은 영화 ‘광해’ 제작 후 건강을 이유로 5년 가까이 칩거하다 지난해 칸영화제를 직접 방문하며 주목받았다. ‘기생충’ 제작 때는 책임 프로듀서로서 활발히 홍보했다. ​경영 일선에 물러났을 때인 2018년 5월, 세계은행 여성기업가 기금 리더십 그룹 챔피언 16인에 한국인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릴 정도로 막강한 여성파워를 자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