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 회장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곳은 금융업계다. 인수합병(M&A), 투자은행(IB) 업무 경험을 사세 확장에 적용하기도 했다.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GS그룹 펀드가 조성된 점도 향후 허태수 회장의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GS건설은 그룹 펀드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점쳐진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3일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이후 15년 경영의 마침표를 찍었다. 신임 회장으로는 허창수 회장의 막냇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선임됐다. 디지털 혁신을 이끌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허태수 회장은 조지워싱턴대학교 MBA를 마친 후 이듬해인 1988년 컨티넨탈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LG투자증권 런던법인장, 국제금융사업부장 등을 거치면서 인수합병(M&A)과 투자은행(IB) 경험을 쌓았다. 2002년 GS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07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아왔다.
GS홈쇼핑은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차기 리더로 허태수 회장이 지목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그간 GS홈쇼핑 행보를 보면 허태수 회장 선임이 납득된다.
주력계열사인 GS칼텍스, GS리테일 등의 지난해 순이익률은 2%를 하회했다. 올해는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룹 성장 정체 등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눈에 띄는 곳은 GS홈쇼핑이다. 어려운 사업환경 속에서도 10%대 순이익률을 기록중이다.
GS홈쇼핑의 선전은 허태수 회장의 ‘경험’이 십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빅데이터, 소셜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지난 2011년 이후로 400여 곳이 넘는다. 올해만 9곳에 신규로 자금을 투입했다. 단순 성장을 위해 미래 지향적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GS홈쇼핑과의 시너지 효과 등도 충분히 고려했다. 증권가에서 GS홈쇼핑을 단순 유통업이 아닌 투자회사로 평가하는 이유다.
GS그룹은 지주사인 ㈜GS를 중심으로 그룹 펀드를 조성한다.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으로 산하 주요 계열사(GS에너지, GS홈쇼핑, GS리테일 등)가 출자에 참여한다. 그룹 사업은 대부분 안정적이지만 변화 혹은 미래 지향과는 거리가 멀다.
허태수 회장 입장에선 GS홈쇼핑에 몸 담았던 시절과 비교해 자금 운용규모가 커진 셈이다.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는 만큼 그룹 전반 대대적인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창수 회장도 과감한 M&A를 통해 그룹 성장에 큰 일조를 했지만 허태수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은 단순 성장을 넘어 ‘환골탈태’를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GS홈쇼핑 투자 능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며 “허태수 회장이 차기 리더 자리에 오른 만큼 GS그룹에 대한 이미지도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인사 발표로 그룹 행보에 대한 이목이 더욱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룹 펀드에 GS건설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GS 지배하에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허창수 회장이 그룹 회장직은 내려놨지만 GS건설 회장직은 유지한다는 점에서 계열분리 가능성도 점쳐진다.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은 이번 그룹 인사에서 신사업부문 대표로 승진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GS건설은 지배구조상 그룹 계열이 아닌 허창수 회장(지분 9.27%) 중심 회사”라며 “계열분리를 위한 걸림돌이나 잡음도 전혀 없어 언제든 독자경영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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