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환잔액 충당 위한 유상증자
27일 쿠팡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9월 24일 유상증자를 통해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증자 과정에서 발행주식 총수는 23만7549주에서 24만645주로, 자본금은 118억7745만원에서 120억3225만원으로 늘었다.
이는 금감원이 쿠팡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탓이다.
쿠팡의 쿠팡캐시는 이용자들이 현금을 최대 200만원까지 미리 충전해 두고 쓰는 간편결제 수단이다. 그러나 쿠팡캐시를 미리 구입해뒀다가 사용하기 전에 쿠팡이 문을 닫는 일이 생기면 그 고객은 충전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전자금융거래법'상 고객이 충전한 금액 즉 '미상환잔액'의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쿠팡은 기준미달, 적자 규모 확대로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금감원의 제재를 받게 된 것이다.
쿠팡은 2013년 법인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3조원가량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인건비 상승으로 약 1조5000억~2조원에 이르는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감원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유상증자 등 경영개선계획을 주문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유상증자도 금융당국 지적을 수용하고 미상환잔액을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페이’ 파장 확산 전망
쿠팡 등 전자금융업체 52곳(지난 6일 기준)에 선불로 충전한 미상환잔액은 올 6월 말 기준 1조3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예금자보호법'상 은행과 저축은행 등 수신기관만 금융기관 파산한 경우 예금을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해준다. 이와 달리 고객 충전금은 업체의 경영위기 상황에서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하지만 페이 충전금은 예금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업체가 영업정지나 파산을 당하면 충전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는 유통업계 간편결제 시스템 ‘페이’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는 고객뿐 아니라 판매자들에게도 돌아간다. 대형쇼핑몰들은 판매된 상품의 판매대금을 받아서 보관하고 있다가 2~3개월 후 판매상인에게 지급한다. 쿠팡도 마찬가지로 2~3개월 후 지급해야 될 현금을 보관한다. 만약 쿠팡이나 다른 쇼핑몰이 문제가 생겨 자금이 부족해지면 이렇게 지급하기 위해 모아둔 현금을 사용하게 된다. 실적 악화나 자본잠식이 그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금융당국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지켜야 하는 ‘경영지도 비율’ 기준을 세우고 쿠팡의 경우처럼 기준에 미달될 경우 단계적으로 개입한다.
이 밖에도 부실을 사전에 차단할 '안전장치'로 2가지가 검토되고 있다. 전자금융업체가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안, 또한 총 자산 대비 보유해야 하는 현금과 은행예치금을 늘리는 안이다.
현재 금융위는 금감원과 전자금융업계, 보증보험사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연말까지 이런 방향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금융위는 민간 보증보험사인 SGI서울보증 측과 논의하고 있다. 전자금융업체 파산 시 서울보증이 대신 지급하고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안 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복수의 충전금 관리방안을 제시하고 핀테크업자들이 영업활동에 유리한 것을 택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보증보험 가입은 '의무'가 아니라 업체가 보증보험 가입을 선택하지 않을 때 자체적인 고객 보호를 마련할 선택지도 따로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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