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한화시스템, 보호예수 ‘18개월’ 그 의미는?

이성규 기자 2019-11-01 03:07:00
3세 승계 책임 경영 VS 단순 이미지 제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제공]

[데일리동방] 한화그룹 3세 경영 승계에 핵심 역할 중 일부를 담당하는 한화시스템이 상장한다. 주목할 부분은 H솔루션이 보유한 한화시스템 지분의 보호예수 18개월이다. 승계 이미지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간 한화그룹 행보를 보면 이미 계획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승계 과정에서 잡음을 없애기 위한 고민의 결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30일 기업공개(IPO) 공모가 산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마감했다. 기업가치 평가를 위한 지표는 상대가치평가 모형 중 하나인 EV/EBITDA를 활용했다. 비교대상 기업은 방산부문에서 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에서는 삼성SDS, 포스코ICT, 아시아나IDT 등이다.

전체 기업가치는 2조997억원, 주당 가격은 1만9048원으로 책정됐다. 할인율은 26.5~35.69%로 희망가격밴드는 1만2250~1만4000원이다. 수요예측 결과 밴드 최상단인 1만4000원으로 결정됐다. 흥행요인 중 하나로는 지난 7월에 단행한 액면분할이 꼽힌다. 1주를 2주로 교환해 총 주식수는 5103만주에서 1억207만주로 늘었다. 투자자 입장에선 접근성이 쉬워졌고 상장 후 거래도 활발해 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시스템 지분 처리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 김동원, 김동선)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한화시스템 지분 14.5%를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지분을 IPO 과정에서 전액 구주매출로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액면분할 후 기업가치를 높여 지분가치를 극대화 후 매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는 후자쪽이다.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한화시스템 지분의 보호예수 기간은 18개월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화시스템이 3세 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한화그룹 입장에선 이러한 시선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호예수 기간 동안이라도 3세 경영자들과 주주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옳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한화그룹 승계 마무리 2021년?

한화시스템 가치가 높아질수록 에이치솔루션은 지분 매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커진다. 이 자금으로 3세 경영자들은 ㈜한화 지분 확보 혹은 상속에 따른 세금 납부 등에 사용이 가능하다. 18개월 이후 매각이 가능한 만큼 승계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화종합화학의 IPO 시점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2015년 한화그룹은 삼성그룹과 ‘빅딜’을 단행했다. 현재 한화종합화학 주주구성은 한화에너지 39.16%, 한화케미칼 36.05%, 삼성물산 20.5%, 삼성SDI 4.0%다. 당시 거래 과정에서 삼성그룹 지분이 남게 된 것이다. 한화종합화학은 현재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지분 처분 이후 배당이 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한화의 주식매매계약서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2021년 4월 30일 이전 IPO를 해야 한다. 한화 측이 요청하면 1년 연장이 가능하다. 에이치솔루션이 보호예수 기간을 18개월로 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보호예수 18개월은 한화그룹 승계 관련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한다”며 “적절한 승계 시점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가치평가를 위해 선정된 기업은 일부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했다”며 “실적 부진 탓이지만 그만큼 유효수요를 확보하기에도 좋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한화시스템이 2021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기업공개 직후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지분을 구주매출로 처분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했다면 투자자들은 접근을 꺼릴 수밖에 없다. 기업 실적도 중요하지만 승계 관련 그룹 내 한화시스템에 대한 사업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실적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18개월’은 3세 경영자의 그룹 지배력 확대 목적 등 측면에서 투자자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IB관계자는 “2015년 ‘빅딜’은 그룹지배구조개편과 승계로 이어지는 큰 그림이었다”며 “이후 승계에 대한 잡음을 없애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