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업계 최초 ‘12단 3D-TSV(3차원 실리콘 관통전극・3D Through Silicon Via)’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에 발표한 패키징 기술은 종이(100㎛)의 절반 이하 두께로 가공한 D램 칩 12개를 적층해 수직으로 연결하는 최고 난이도 기술이다. 금선(와이어)으로 칩을 연결하는 기존 와이어 본딩 방식과 달리 칩들 간 신호 교환 시간이 짧아 속도와 소비전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이 기술은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고성능 컴퓨팅 등에 응용될 전망이다.
같은날 삼성전자는 하반기 ‘삼성 미래기술 육성사업’ 지원 연구과제도 발표했다. 기초과학 분야 7개, 소재기술 분야 10개, ICT 창의과제 분야 9개 등 총 26개에 연구비 330억원이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신기술과 연구지원 발표를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 연장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파기환송심과 국민연금의 거부권 행사 예상에 따른 부담감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1회 공판기일은 이달 25일 오전 10시 10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그의 등기이사 임기는 다음날인 26일까지다. 임기 연장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할 경우 지분율 9.01%인 국민연금의 거부권 행사 등 거취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월 국민연금 거부권 행사로 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같은 시기 최태원 SK회장도 국민연금 반대에 부딪혔지만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4.18%)과 이 부회장(0.70%) 등 특수관계인 주식을 합치면 21.24%지만 실형 선고 가능성이 있는 재판을 앞두고 ‘긁어 부스럼’을 피하려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사내 이사 임기 이후에도 부회장직을 계속 수행한다. 신사업 발굴과 대규모 투자 결정, 미래 먹거리 육성에 집중해 위기 극복에 나선다. 이 부회장은 8월 대법원 판결 전후로 일본 출장과 사장단 회의, 국내 사업장 방문 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5일에는 삼성물산이 맡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그가 삼성 관계사 해외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처럼 꾸준한 현장경영과 미래 먹거리 육성으로 오너 리스크를 줄이고 향후 법정 최종변론에 활동 성과와 노력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2월 항소심 최후변론에서 “이병철 손자나 이건희 아들이 아닌 선대 못지 않은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문화된 관련법 집행 논의 가능성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횡령・배임 등으로 유죄판결 받은 자는 범죄 행위와 밀접한 기업체에 취업을 금지한다. 법무부 장관은 이에 해당하는 인물이 취업한 기관에 그의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 학계에선 사문화된 해당 조항을 탄력적으로 개정해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법농단 재판과 검찰 개혁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총수 취업 제한 조항이 주목받을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높아진 실형 선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판에 임해야 한다. 그의 뇌물액은 1심 89억원에서 2심 36억원, 대법원에서 다시 86억원으로 늘었다. 현행법상 횡령액 50억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집행유예 조건은 징역 3년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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