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지난달 벤츠 판매량은 2018년 3월 7932대 이후 18개월만에 최대치인 7707대를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38.2%를 차지했다. 이 기간 팔린 수입차 10대 중 4대가 벤츠인 셈이다. 국내 완성차인 르노삼성(7817대)보다 100여대 적고 쌍용차(7275대), 한국GM(5171대)보다 훨씬 많다. 인기 제품은 1883대가 팔린 벤츠E300이었다.
반면 지난달 일본차 점유율은 2018년(15.9%) 1/3 수준인 5.5%대에 머무르며 급격히 떨어졌다. 도요타와 혼다, 인피니티와 닛산이 각각 61.9%, 82.2%, 69.2%, 87.2%씩 감소했다.
벤츠 판매량 증가가 일본차 불매 여파 덕분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미 벤츠는 지난해 7만798대를 팔아 3년 연속 국내 수입차 1위를 달성했다. 판매 차종 증가와 서비스 품질 개선에 힘써온 영향이다.
그리스 출신 실라키스 사장은 2009년 본사에서 브라질로 옮겨 벤츠 판매를 책임지고 2015년 한국에 왔다. 취임 당시 그는 브라질에서 승용차 판매량을 4배 이상 올린 경험을 한국에서도 살리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같은 시기 벤츠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벤츠 트레이닝센터를 세웠다. 본사에서 250억원을 들여 지은 센터는 독일과 같은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고 한해 1만2000명이 자동차 정비 실습과 제품 기술, 마케팅 등을 배울 수 있다. 실라키스 사장 취임과 동시에 화력 지원이 이어진 셈이다.
이듬해부터 벤츠 코리아는 한국품질만족지수(KS-QEI) 수입차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 부문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12월 이전 등록된 차량 대상으로 무상 점검 서비스와 순정부품 할인 행사도 이어갔다. 첫 번째 차는 영업사원이 팔지만 두 번째 차는 서비스팀이 판다는 믿음은 애프터서비스 품질 향상의 동력이 됐다. 벤츠 코리아는 8월 경기도 안성시 부품물류센터를 증축했다. 앞서 벤츠 코리아는 2014년 520억원을 들여 1만7800㎡ 규모로 센터를 지었다. 350억원을 들인 이번 증축으로 기본 면적은 3만500㎡로 늘어났다.
적극적인 서비스 품질 강화는 정비 속도로 이어진다. 현재 벤츠 고객이 자동차를 정비소에 입고할 경우 빠르면 1시간 안에 정비된다. 수리에 걸리는 시간은 하루에서 이틀 정도다. 세계적 기준으로도 짧은 기간이라는 평가다.
실라키스 사장은 외제차 업체가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뒤집는데에도 적극적이었다. 안성 부품물류센터에 직간접 고용된 200여명 대다수가 지역주민이다. 다임러그룹 계열사가 모인 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2014년부터 두원공과대 자동차학과 등과 함게 산학협력 프로그램 ‘메르세데스-벤츠 모바일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벤츠의 교육 노하우를 전수받아 수료한 두원 공과대 출신은 70명이 넘는다. 또한 어린이 교통안전 프로그램 ‘메르세데스-벤츠 모바일 키즈’와 지역사회 발전에 임직원이 참여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기부와 스포츠를 합친 ‘메르세데스-벤츠 기브’ 등을 합쳐 4개 축으로 공헌이 진행된다. 실라키스 사장은 2017년 북핵 위기 때 1박 2일간 연평도를 찾아 연평초등학교 학생들과 축구하고 주민과 소통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11월 한국국제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글로벌 경영대상 다국적기업 부문 대상을 받았다. 현지화와 고객 체험형 마케팅 등 품질 높은 서비스로 장기적인 사회 기여를 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실라키스 사장은 9월 계약이 만료됐지만 8월 안성 부품물류센터 증축 개소식 당시 1년 더 회사를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 5G와 전기차 테스트베드인 한국시장에서 기업 간 협력 방향, 점차 커지는 공유차 시장에서 수입차의 미래 등 과제가 만만치 않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가 고객 서비스와 인재 확보를 두고 말한 ‘사람에 대한 집중‘이다. 이미 주어진 제품을 들여온 수입차 회사가 바꿔선 안될 초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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