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는27일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재단은 보유하고 있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343만7348주) 전량을 12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수로 KCGI는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가진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CGI는 앞으로 그룹 핵심 계열사 대림산업을 고리로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림산업이 가진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은 6월 기준 21.67%다.
대기업 영향력 확대를 위한 움직임은 한진그룹을 상대로 한 소송이 대표적이다. KCGI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선임 적법성을 문제 삼아 5월부터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경영권 찬탈 시도라는 시각이 있지만 KCGI 측은 투자의 본질을 왜곡하는 프레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확보한 KCGI는 지분율 15.98%를 가진 2대주주다. 최대주주 고(故) 조양호 회장(17.84%)과 2%포인트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전략적 투자자(SI)와 손 잡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중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두 항공사 재무구조와 오너리스크 등에 문제가 있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이유를 밝혀왔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에 우호적인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10%를 매입하자 불리해진 KCGI가 아시아나로 눈을 돌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공격적 인상을 보여준 KCGI는 건전한 경영보다는 단기 이익을 노린 세력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이에 강성부 대표는 지난달부터 언론과 유튜브로 말문을 열고 사회적으로 유익한 도움을 주기 위해 끝없이 앙가주망(engagement・지식인의 현실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한진칼 지분 경쟁에서 밀린 KCGI가 여론의 관심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돌리려 한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잠시 숨을 고르던 KCGI는 9월 16일 조원태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전현직 사회이사 세 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진칼 전현직 임직원이 독립적 감사 선임을 막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단기차입금 1600억원을 조달해 한진칼이 이자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KCGI 측이 조 회장과 지배구조 논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뒤였다. 2분기 대한항공 영업이익 감소가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과 유휴자산 매각 등 명분 쌓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대한항공 상반기 영업이익은 4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92억원보다 대폭 줄었다. 다만 KCGI가 실익을 얻으려면 주주총회에서 한진일가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갈 길은 멀다.
강 대표의 설득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서 한진칼 경영권 찬탈은 본질 왜곡이며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10일자 ‘KCGI가 기대하는 한진그룹’ 영상에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를 인용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사태 때 국적해운사라는 이유로 ‘설마’하는 태도를 보였다가 파국을 맞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다. 강 대표는 한진의 미래를 운송 전문 종합물류기업으로 가리켰다. 그는 ▲항공기 수리 ▲항공우주사업 ▲군수업 ▲드론 ▲기내 면세점 경쟁력 확대 등을 제시했다.
강 대표는 영상에서 “견제와 균형이 살아있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하나만 보고 갔으면 좋겠다”며 “주주와 직원이 똘똘 뭉쳐 기업 가치 개선돼 국가에도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정체성과 목표를 재차 밝혔다.
의심은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았다. 해당 영상 댓글 대부분에 응원이 적혔지만 “결국 주총 사냥꾼”이라는 비아냥도 쓰여있다. 강 대표와 KCGI는 스스로 천명한 건전한 지배구조와 국가경제 기여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그 증명 대상은 이제 한진그룹에 이어 대림그룹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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