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놓아 울부짖었던 정부의 외침은 ‘공약(空約)’이었나.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를 둘러싸고 촉발된 한·중 양국 간의 갈등으로 중국 정부는 방한 단체객의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렸고, 방한 중국인이 급감하면서 국내 관광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혔다.
정부는 부랴부랴 동남아 시장을 비롯한 시장 다변화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쳤고, 국내 관광 활성화에도 힘을 실었다.
사드 보복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낸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관광부문 예산을 2%가량 늘렸다.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2019년 예산은 2018년(6조4606억원) 대비 10.1% 증가한 7조1108억원이다. 이중 관광부문 예산은 1조4302억원이었다. 2018년 1조4021억원보다 2%(281억원) 늘렸지만,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증액한 비율이 2%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근로자 휴가 지원 확대에만 종전 25억원보다 4배 많은 105억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 편성안은 할 말을 잃게 한다. 올해 편성된 예산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증액은커녕, 오히려 삭감됐으니 말이다. 올해 2% 예산 증액은 고맙기까지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 예산은 올해 대비 총 5525억 원(9.3%) 증액된 6조4758억원으로 편성됐다. 사상 최초 6조원대 진입이다. 특히 문화·예술, 콘텐츠, 스포츠 분야 예산이 고르게 는 점이 눈길을 끈다.
문제는 관광 분야다. 문화와 예술, 콘텐츠, 스포츠 분야 예산은 모두 크게 늘었지만, 관광 분야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문체부 전체 예산 중 관광분야 예산은 1조3839억원이다. 전체의 21.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23.9%에서 내년도 21.4%로 소폭 줄었다.
물론 주목할 만한 부분도 있다.
올 초 정부가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내세운 '국가 관광혁신전략 5대 추진과제' 기조에 근거해 지역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고, △스마트 관광산업 생태계 구축△강소형 관광기업 육성 및 체질개선 집중 등을 통해 관광 혁신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도 스마트 관광 활성화 예산에 5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2억원보다 무려 25배 늘린 액수다.
관광사업 도약 및 성장 지원 분야 육성을 위해 올해 예산 9억4000만원보다 약 12배 많은 10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관광 잠재력을 지닌 지역관광 거점도시 5곳 육성사업에 159억원을 책정했다. 이 역시 올해 초 국가관광전략회의 당시 대통령이 주문했던 내용이다.
올해부터 힘을 실었던 관광취약계층을 위한 '열린관광지(배리어 프리)'조성사업 예산도 올해보다 69.3% 증가한 64억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사업 혁신의 근간이 되는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1억원 감소한 22억원으로 편성됐다. 콘텐츠 연구개발이 올해 556억원에서 내년도 754억원으로 대폭 는 것과 비교해서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년도 관광부문 예산으로 언급된 1조3839억원은 매년 2602억원 규모로 반영되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지역자율계정) 예산이 2020년부터 같은 규모로 지방 이양됨에 따라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고, 지자체 예산으로 편성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 관계자의 발언에 따르면, 관광분야 주요재원인 관광진흥개발기금은 올해 9967억원에서 내년도 1조 2073억원이 정부안으로 편성돼 2106억원(21.1%)이 증액됐다.
그 관계자는 "예산의 지방이양을 통해 국가와 지방이 역할에 맞는 예산배분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관광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는 만큼 앞으로 관광 활성화를 위해 국회, 재정당국과 관광부문 예산 확대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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