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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인] 정성엽 대신지배구조硏 본부장 "ESG관리, '100년 기업' 토대"

백승룡 기자 2019-08-30 08:00:00
"지속가능한 성장, 재무적·비재무적 요소 동시에 추구해야" "하나투어·아시아나항공, 대표적 ESG 관리 실패 사례"

[정성엽 대신지배연구소 ESG본부장.(사진=백승룡 기자)]

[데일리동방]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 재무지표가 가장 큰 관심사다. 그러나 직원복지, 협력사와의 상생, 사회공헌 등 언뜻 보기엔 '이윤'과 관련없는 비재무적 활동에 힘을 주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재무적 기반과 함께 비재무적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재무 평가로 신용등급이 있다면, 비재무 평가로 'ESG등급'이 있다. 그러나 아직 일반인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ESG본부장을 만나 'ESG평가'에 대해 들어보았다.

◇ 'ESG 평가'를 쉽게 설명한다면?
기업의 비재무적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3가지 분야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한다. 일례로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가 제철소 '고로 브리더'(용광로 안전밸브)를 개방하면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는 문제가 제기돼 고로 가동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문제를 비롯해 사회, 지배구조 분야에서 발생하는 이슈는 기업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만큼 주의깊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해졌다.

◇ 핵심은 '리스크 관리'를 통한 지속가능성장인 것 같다.
맞다. 기업만 홀로 성장하는 것은 결국 한계가 있다. 고객과 구성원, 지역사회도 함께 성장할 때 기업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ESG등급은 이와 관련한 잠재적인 리스크를 보여준다. 가령 최하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고해서 무조건 문제가 발생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잠재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났을 때가 문제다. 일례로 최근 하나투어가 '해외 협력사 갑질'로 논란이 됐다. 사실 이전부터 갑질은 진행되고 있었고, ESG등급에도 반영돼 있었지만 이제야 불거진 것이다. 불거지기 전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공개적으로 표출이 되면서 잠재된 리스크가 실재화 됐고, 실재화된 리스크가 주가하락 등으로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점에서 ESG평가는 기업에게는 사전에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장려하고, 투자자에게는 잠재된 리스크를 고려하도록 돕는다.

◇ 각 요소별로 주요 평가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사회' 분야에서 기업 내부적으로는 구성원, 외부적으로는 협력사·지역사회와의 상생노력을 평가한다. 최근 큰 화두 중의 하나는 여성 임직원의 참여와 관련한 부분이다. 이를 위해 세부적으로는 여성 임직원의 비율, 여성 임원 비율, 성별 간 임금격차 등을 측정한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이사회 구성 현황이나 감사조직을 통한 내부통제 역량 등을 주로 평가한다. 투명한 의사결정이 지속가능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환경' 분야는 워낙 방대하다보니 평가내용도 무척 많다.

◇ 평가기준이 주관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재무평가와 달리 비재무적 요소는 주관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건전성을 측정하는 항목은 약 60여개에 달한다. 평가기관에 따라 평가항목이 달라질 수 있고, 각 평가항목의 비중이 달라질 수도 있다. ESG평가의 궁극적인 목표가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가기관마다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철학이 투영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 기업 측에서는 ESG평가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나?
ESG 등 비재무적인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특히 사회적 책임이 높은 공기업, 지속가능성장에 대해 관심이 높은 대기업 위주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비재무적인 요소에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기업이 상당수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매출이나 영업이익, 신용평가 등 재무적 여건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탓이다.

◇ 외국의 경우는 ESG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ESG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유럽에서는 전체 펀드의 50% 이상이 사회책임펀드로 구성돼 있다. 국내에서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해외투자자 지분이 많은데, 이들 기업이 상대적으로 ESG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도 외국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과거 디젤 사태로 홍역을 치뤘던 폭스바겐은 이제 초기 원재료부터 최종제품까지 모든 과정에서 사회·환경적 영향에 대한 책임을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평가하겠다고 나섰다. ESG 관리를 통한 지속가능성 추구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 결국 사회적으로 ESG 관리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ESG 등 비재무적인 역량에 대해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기업의 경우, 중장기적인 전략보다는 대표나 오너의 의지에 따라 ESG활동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이해보다는 특정인의 의지가 작용하는 구조인 것이다. 쓰레기줍기, 연탄배달 등 체계적이지 않은 '보여주기식 사회공헌'이 많다. ESG 관리를 왜 해야되는지부터 분석하고 어떻게 이행해나갈지를 고민하며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는 ESG펀드에 대해 세금 혜택 등으로 지원해 투자자들이 기업을 선정할 때도 ESG를 고려해 책임투자에 나서도록 장려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싶다.

정 본부장은 아시아나항공을 거론하며 "오너가 무리하게 추진한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큰 재무부담을 떠안았고, 이는 결국 자본 유동성 문제로 이어져 매각절차까지 오게 됐다"며 "결국 효율적이지 못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배구조 문제가 없었다면 100년 기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적 요인과 비재무적인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야 우리나라에서 '100년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