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이 유가·환율 등 외생변수를 극복하기 위해 석유화학 등 비정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수급 변화를 감당하기엔 버거운 모습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5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액 5조3196억원, 영업이익 154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3136억원)은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1% 감소했다.
앞서 S-OIL도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액 6조2573억원, 영업손실 905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147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6조31억원)은 늘었지만 영업이익(4026억원)과 순이익(1632억원)은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정유부문에서만 영업이익 기준으로 1361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했다.
이 같은 실적부진은 정유사업에서 수익성 지표가 되는 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2분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2~3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분기 정제마진이 낮아진 이유는 글로벌 공급량이 증가하는 반면 수요는 줄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면서 경질유인 휘발유와 나프타(납사) 공급량은 꾸준히 증가세다. 반면,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되면서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수요는 위축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유사들이 주력으로 삼는 석유화학 제품인 파라자일렌(PX)도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시황이 악화됐다. 중국 석유화학업체 헝리가 올초 250만t 규모의 PX 설비를 가동하며 제품 공급량을 대폭 늘린 것. 이 여파로 인해 국제 PX가격에서 원료(납사)가격을 뺀 제품 스프레드는 1분기 500~600달러에서 2분기 300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정유업계는 유가·환율 등 외생변수에 취약한 정유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석유화학·윤활기유 등 비정유부문으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번 2분기엔 정유부문에 이어 석유화학부문까지 글로벌 공급량 확대에 맥없이 무너졌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은 7~8월이지만 보통은 그에 앞서 5~6월부터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올해는 공급량이 늘어난 반면 수요는 부진해 2분기 정유업계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S-OIL은 선입선출법으로 회계처리를 하는 탓에 2분기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장부상으로 더 손실이 크게 나타난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S-OIL과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국내 정유4사는 지난해 4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한 뒤 1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2분기 S-OIL이 다시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면서 정유업계가 '실적부진의 늪'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했다. SK이노베이션은 26일 오후, GS칼텍스는 내달 8일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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