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재연을 올리는 ‘함익’은 현대사의 비극과 실존적 고민이라는 동시대적인 이야기를 치열하게 파고드는 김은성 작가의 세련된 대본과 통찰력 있는 해석으로 모던하고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김광보 연출가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함익’은 12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개막을 앞두고 공개한 연습현장은 초연 때만큼이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고전 ‘햄릿’을 재창작한 ‘함익’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이 시대의 왕국에서 ‘햄릿’으로 태어났지만 ‘줄리엣’을 꿈꾸며 진실한 관계와 사랑을 원하는 함익의 심리에 주목한 작품인 만큼 배역들은 긴밀한 호흡으로 극을 이끌어갔다. 배우 최나라(함익 역)를 비롯해 이지연(분신 익 역), 강신구(함병주 역), 조아라(홍보라 역), 송철호(오필형 역) 등 초연에서 열연한 배우 대다수가 재합류해 보다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특히 함익과 익이 숨 쉴 틈 없이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 내내 연습실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함익 역의 최나라는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배신에 대한 분노와 정서적인 결핍으로 인한 고독함을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함익의 분신으로 내면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분신 익 역의 이지연 역시 함익과 완벽한 호흡을 이뤄내며 극 중 몰입감을 높였다.
연우 역에 더블 캐스팅된 오종혁과 조상웅은 장면을 번갈아가며 서로 다른 느낌의 연우를 보여줬다. 연극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연우를 중심으로 연극학과 교수인 함익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햄릿’ 공연을 준비하는 장면은 극중극의 형식으로 재미를 더해갔다. 함익의 아버지 함병주 역을 맡은 강신구와 수컷 원숭이인 햄릿 역을 맡은 박진호는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구도균, 박기덕, 이정주, 이하주 등 초연 배우들과 함께 올해 새롭게 합류한 서울시극단 연수단원들 역시 그 빛을 발하며 극을 채워나갔다.
김광보 연출은 “2015년 서울시극단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김은성 작가와의 작업을 라인업으로 짰고 그 작품이 ‘함익’이었다. 줄리엣을 꿈꾸는 햄릿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초연 때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3년 동안 많은 분들이 앙코르 요청을 했는데, 이렇게 다시 올리게 되어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 연출은 "절제되고 차가운 연극, 그래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극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다시 무대에 올리는 만큼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관객들에게 전했다.
김은성 작가는 “원작에서 ‘햄릿’은 인간이 가질법한 모든 고민을 다 짊어진 비극의 주인공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로 상징되는 원작의 무거움을 깨고 싶었다. 겉은 남성적이지만 그 심리는 매우 여성적이라고 느꼈다. ‘함익’은 ‘햄릿’이 가졌을 법한 이면의 심리를 드러냈다”며 작품을 소개했다. 김 작가는 “부족한 희곡이지만 배우들의 열연으로 초연 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공연도 역시 재미있게 잘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