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울시극단, 여전사 꿈꾸게 하는 냉혹한 사회 꼬집은 '여전사의 섬’ 공연

전성민 기자 2019-03-14 15:42:29
3월21일부터 24일까지 세종S씨어터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언어, 편견, 힘의 폭력에 희생당하는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있는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세종S씨어터에서 임주현 작가의 신작 ‘여전사의 섬’을 공연한다.

임주현 작가는 2017년 5:1의 경쟁률을 뚫고 ‘창작플랫폼-희곡작가’(이하 창작플랫폼)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됐으며, 김광보 연출, 고연옥 작가의 멘토링과 낭독공연 등을 통해 희곡 ‘여전사의 섬’을 발전시켜 올해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 무대로 선보인다.

창작극 ‘여전사의 섬’은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자란 쌍둥이 자매인 지니와 하나를 통해 언어, 편견 그리고 힘의 폭력에 희생당하는 이들을 포착해낸다.

취업준비생인 지니는 면접관들의 냉담한 시선과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카페 사장을 비롯해 사람들의 편견에 상처받는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하나는 남자친구의 폭행과 예비 시부모의 언어폭력에 시달린다.

이들은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줄 알았던 엄마에 대한 기억을 되짚으며 자신들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려 한다. 그리고 엄마가 결코 부서지지 않고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여전사 ‘아마조네스’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를 찾기 위해 여전사의 섬으로 떠난다.

임주현 작가는 한성대학교 한성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다양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창작플랫폼 선정 당시 심사위원들로부터 “자신에게만 보이는 독특한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끈질기게 분투하는 모습이 주목된다”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여전사의 섬’에는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전설의 여성부족인 ‘아마조네스’가 등장한다. 이들은 전쟁의 신 아레스와 요정 하르모니아의 자손으로, 남자 전사들을 제치고 유토피아를 상징하던 땅까지 점령한 용맹한 전사이다.

임주현 작가는 “어렸을 적 키가 작았던 나는 무서운 언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커서는 여전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된 나는 세상에 여전사가 없다고 생각하며 마음 속 판타지로 묻었다. 그리고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잊었던 여전사를 다시 떠올렸다. 이 사건은 많은 여성들에게 변화의 바람을 촉구했고 그렇게 만들었다. 그 광경을 보며 여전사는 지금 내 옆에 있고 이 사회에 숨 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여전사를 꿈꿔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작가는 “작품을 통해 폭력에 희생당하며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이 사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전사의 섬’은 한윤춘, 김시영, 권태건, 윤성원, 김원정, 허진, 오재성, 김유민, 장석환, 이상승이 출연하며, 혜화동 1번지 7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정안이 연출을 맡았다.

송 연출은 “극 중 인물들은 편견이 답이 된 세상에서 나에 대해 잊거나 오해하며 살아간다. 각자의 이해관계로 쌓아진 세상의 틀에서 학습된 채 살아가던 지니와 하나가 비로소 스스로와 마주하며, 여전사의 존재를 통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싶다”고 전했다.

21일부터 24일까지 공연하며, 22일에는 공연이 끝난 후 고연옥 작가의 사회로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