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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벌크·탱커 호황에도 선박 발주 주춤…구조적 '투자 공백' 드러낸 해운업계

정보운 기자 2026-01-08 17:53:08

선가·금리 부담에 친환경 규제 변수까지…결정 미루는 선사들

과거 불황 학습효과에 불확실성 확대

발주 지연에 조선 수주도 속도 조절

HMM 건화물선 '글로벌 트러스트'호 이미지 [사진=HMM]

[이코노믹데일리] 벌크선과 탱커선을 중심으로 2026년까지 해운 시황이 비교적 우호적일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해운사들의 선박 발주 움직임은 여전히 제한적인 모습이다. 시황 개선 국면에서 통상 뒤따르던 선복 확충이 이번 사이클에서는 나타나지 않으며 해운업계 전반에 '호황 속 투자 공백'이라는 이례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자재와 에너지 물동량은 완만한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선복 공급 확대 속도는 크게 둔화됐다. 벌크선과 탱커선을 중심으로 운임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선사들의 신규 선박 발주는 과거 시황 회복 국면과 달리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해운 사이클의 핵심을 단기적인 시황 호조가 아닌 투자 결정 지연이라는 구조적 특징으로 보고 있다. 운임 전망이 우호적인데도 기업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과거보다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선박 가격이 고점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선박 한 척당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해운업 특성상 금리 환경 변화는 투자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친환경 규제 강화 역시 선사들의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친환경 선박 전환은 불가피해졌지만 LNG·메탄올·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 중 어떤 선택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가질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금 발주한 선박이 향후 규제 환경에서도 충분한 수명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사들 사이에 확산돼 있다.

과거 투자 실패에 대한 학습 효과도 작용하고 있다. 해운업은 한 차례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경우 장기간 수익성이 훼손되는 구조다. 실제로 국내 해운업계는 이전 사이클에서 과도한 선박 투자 이후 구조조정을 겪은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국면에서는 외형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와 선대 효율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이 같은 투자 정체는 조선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전환 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선사들의 발주 결정이 지연되면서 수주 회복 속도는 제한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탄소 규제는 예정대로 강화되는 반면 실제 투자는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해운·조선을 아우르는 산업 전반은 당분간 신중한 관망 국면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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