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혜훈을 둘러싼 논란 역시 개인의 정치적 선택이나 당적 이동의 문제를 넘어 이재명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이 논쟁의 핵심은 감정이나 충성의 문제가 아니다. 이 인선이 과연 한국 경제에 어떤 신호를 주는가 그리고 그 신호가 시장과 국민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가 하는 지점이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탕평 인사는 정치적으로는 통합의 언어일 수 있으나 경제 영역에서는 훨씬 더 엄격한 검증을 요구한다. 경제정책은 말보다 신호가 중요하고 인사는 그 신호의 가장 직접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경제 철학을 가진 인물이 핵심 경제 라인에 배치될 경우 이는 곧 정책 수정의 예고인지 단순한 상징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만약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면 시장은 이를 혼합 신호로 받아들이고 혼합 신호는 곧 불확실성으로 전환된다.
국내 정치사에서 이를 증명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김대중 정부 시절 외환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경제 인사는 이념적 색깔보다 정책 목표에 대한 합의가 우선이었다. 구조조정과 시장 회복이라는 명확한 방향 아래 인사의 출신과 정치적 이력은 부차적 문제였다. 그 결과 탕평은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한 실용적 선택으로 작동했고 시장은 이를 일관된 신호로 받아들였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 라인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세 가지 기조는 각각 의미가 있었지만 이를 집행하는 인사와 정책 메시지가 조율되지 못하면서 시장에는 서로 다른 신호가 동시에 전달됐다.
재정 확대를 강조하는 목소리와 긴축을 우려하는 메시지가 병존하자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신뢰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 경제에서 불확실성은 곧 투자 위축과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혼선은 뼈아픈 대가를 남겼다.
박근혜 정부 역시 경제 인사가 점차 정치 논리에 종속되면서 전문성과 실행력이 약화됐고 구조개혁은 구호에 머무른 채 적기를 놓쳤다. 이들 사례가 공통으로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 인선은 정치적 상징이 아니라 정책 설계의 일부여야 하며 그 설계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탕평은 통합이 아니라 혼란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혜훈 인선 논란이 던지는 질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보여 온 경제 인식과 이 대통령의 경제 기조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해 왔다. 그렇다면 이 인선은 정책의 조정과 보완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상징적 포용에 그치는 것인가. 재정 기조는 유지되는가, 수정되는가. 시장 규제에 대한 접근은 완화와 강화 중 어디로 향하는가. 산업 정책에서 민간의 역할은 확대되는가, 공공이 계속 주도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 없이 인사만 앞세운다면 이는 무지개가 아니라 잡탕밥에 가깝다. 무지개는 각기 다른 색이 질서 속에서 조화를 이룰 때 생기지만 잡탕밥은 기준 없는 혼합일 뿐이다.
정치는 포용으로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경제는 결과로만 평가된다. 이혜훈이라는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번 인선이 성공하려면 정부는 분명한 정책 좌표를 제시해야 한다. 왜 이 인물이어야 하는지, 어떤 역할과 권한을 부여받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한국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어떻게 높이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탕평은 통합의 언어가 아니라 책임 회피의 수사가 되고 만다. 기본과 원칙, 그리고 상식에 비춰 볼 때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의 공방이 아니라 정책의 설계도다. 그 설계도가 분명할 때에만 이번 인선은 무지개로 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적 이벤트는 남겠지만 경제적 성과는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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