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해명이 아니라 회피다. 수차례에 걸친 행보가 기록으로 남아 있음에도 “몰랐다”거나 “문제없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의 지능을 시험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공직자의 언어는 사실관계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상식을 담아내야 한다.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식의 태도는 장관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이 보여줄 모습이 아니다.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잣대는 형법의 최소 기준선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전 의원은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법의 뒤로 숨었지만 국민이 묻는 것은 ‘범죄 여부’가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적절성’이다. 특정 단체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것 만으로도 공직의 신뢰는 이미 오염되었다. 이해관계의 충돌을 방지하고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는 것은 공직자의 기본 의무다.
공자는 일찍이 “군자는 부끄러움을 알고 소인은 두려움만 안다”고 했다. 지금 전 의원에게서 보이는 것은 국민 앞에 느끼는 준엄한 부끄러움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끊길까 두려워하는 소인의 계산뿐이다. 법 위반이 없으니 책임도 없다는 논리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책임 정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직자의 사퇴는 반드시 유죄 판결 이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국이나 북유럽의 정치인들은 단 한 번의 부적절한 접촉이나 사소한 이해 충돌 의혹만으로도 ‘공직의 품격’을 위해 직을 내려놓는다. 그것은 본인이 유죄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몸담은 조직과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반면 전 의원의 행태는 전형적인 ‘한국식 구태 정치’의 표본이다. 논란이 사그라들 때까지 버티고 증거가 나오면 부인하며, 끝내 법망의 허점을 찾아내어 안주하려 한다. 그가 말하는 ‘억울함’은 권력의 자리를 놓기 싫은 욕망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말은 그가 사퇴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군주는 가볍다”고 했다. 민주 사회에서 국회의원이나 장관이라는 자리는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이 잠시 빌려준 권력이다. 그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흠집이 생기고 국민의 의구심이 증폭되었다면 그 자리를 가볍게 여기고 내려놓는 것이 민본(民本)의 도리다.
하지만 전 의원은 지금 거꾸로 행동하고 있다. 자신의 직위와 명예를 백성의 상식보다 무겁게 여기고 있다. 계속해서 부인 속에 머물며 논란을 키우는 것은 스스로를 ‘정치적 미아’로 만드는 길이다.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는 결단이야말로 그가 말하는 ‘부정 없음’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담대한 방법이다.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정치적 품격을 지키는 마지막 기회다.
정치는 어떻게 시작했느냐보다 어떻게 끝냈느냐로 기억된다. 전재수 의원은 지금 ‘책임지는 지도자’와 ‘구차한 회피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민은 완벽한 인간을 기대하지 않는다.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용기 있는 정치인을 기대할 뿐이다.
지금처럼 비겁한 침묵과 형식적인 부인으로 일관한다면 그는 역사의 페이지에 ‘혁신가’가 아닌 ‘회피자’로 기록될 것이다.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국민의 마음속에서 그는 이미 실격이다. 전 의원은 명심해야 한다. 책임은 혼자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물러나야 할 때를 모르는 정치인의 끝은 언제나 비참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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