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가 발표한 조사 결과는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상당수 공사 현장이 무리한 공기 단축, 이른바 ‘돌관공사’에 시달리고 있고 적자 구조 속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시간과 비용에 쫓기는 현장에서 안전은 늘 후순위로 밀린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사고 이후 처벌만 강화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처벌은 결과에 대한 책임일 뿐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거하지는 못한다.
선진국은 이미 다른 선택을 했다. 영국은 공사 착수 이전 단계부터 안전을 관리한다.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가 함께 위험 요소를 검토하고 무리한 공기나 위험한 설계는 제도적으로 차단한다. 사고의 책임을 현장 근로자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고 계획과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독일과 일본도 비슷하다. 안전관리 비용은 공사비에서 독립적으로 보장되며 이를 줄이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안전 실적이 좋은 기업에는 입찰 과정에서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처벌보다 예방과 유인 구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반면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최저가 낙찰과 과도한 하도급이 반복되고 공기는 줄어들기 일쑤다.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책임자와 기업 경영진이 처벌을 받지만, 무리한 조건을 만든 발주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이는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효과적인 예방책이 아니다.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발주 단계부터 안전 책임을 명확히 하고 공기와 원가 산정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안전 비용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되어야 하며 안전 성과가 기업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의 주의와 각성만으로 사고를 막을 수는 없다. 사고를 줄이는 힘은 개인의 양심이 아니라 제도의 설계에서 나온다. 처벌을 강화하는 데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구조를 바꾸는 용기를 낼 것인지. 지금이 그 갈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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