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정보를 활용해 가족회사 등을 통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한양증권에 기관경고 및 과태료 4000만원 조치를 부과했다.
기관경고는 등록·인허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순의 제재 수위 중 중징계에 해당한다. 퇴직 임원 1명은 문책경고 상당의 조치를 받았으며 퇴직 직원 4명은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문제의 핵심은 한양증권 전 임원 A씨의 노골적인 도덕적 해이에 있다. 부동산 PF 금융자문과 주선 업무를 총괄하던 A씨는 8개 개발사업 관련 직무 정보를 미리 알게 된 후 배우자 지인 명의 등을 활용해 약 32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겼다.
2020년 대출 주선 수요 비공개 정보를 알게 된 A씨는 배우자가 대표이사로 등재된 회사를 통해 3억2000만원의 수수료를 수취했다. 2021년에는 또 다른 개발사업 정보를 활용해 특수관계인 회사를 통해 1억원을 받았다. 금전 대여 이자·수수료 금융자문 등 다양한 명목의 수수료도 가족회사를 통해 취득했다.
더 심각한 것은 펀드 투자 유치 업무 담당 중 운용사 직원으로부터 본인 부친이 사용할 리스 차량을 요구해 약 940만원의 리스료를 수령한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 유용을 넘어 뇌물에 가까운 행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A씨가 상근 임원이면서도 부동산 컨설팅과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설립해 임원의 겸직 제한 규정까지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회사 내부의 감시·견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음을 의미한다.
임원급이 공공연하게 회사 정보를 유용하고 겸직 제한을 위반하는 행태가 적발되지 못했다는 것은 한양증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며, 임원 간 상호 감시와 준법부서의 독립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A씨의 사례만이 아니다. 직원 B씨는 업무 수행 중 얻은 부동산 개발 관련 비공개정보를 주식 투자에 활용했으며 직원 C씨는 위법 용역 계약을 체결해 수수료와 이자로 부당 이득을 취득했다.
여러 명의 임직원이 유사한 패턴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은 회사 차원의 체계적인 감시 기능이 부재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건은 금융회사의 규모가 크더라도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이 없으면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금감원의 기관경고 부과와 임직원 중징계는 필요한 조치이지만 근본적인 내부통제 체계 개선과 임원진의 윤리의식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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