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총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압구정 재건축 수주를 두고 현대건설이 배수진을 쳤다. 하반기 주요 현장들을 과감히 접고 압구정 2구역 시공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50년 전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직접 시공한 정통 건설사로서 ‘터줏대감’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성수1지구 입찰 참여를 접고 압구정 2·3구역 재건축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올해 상반기 3조원에 육박하는 정비사업 수주로 자신감을 회복한 만큼, 하반기 최대 격전지인 압구정에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재건축 끝판왕’으로 불리는 압구정 2구역은 신현대파아트 9·11·12차 1900여 가구를 2500여 가구로 탈바꿈시키는 대형 사업이다. 강남 재건축 6개 구역 중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르며 상징성도 크다. 조합은 내달 중순 입찰 공고를 낸 뒤 9월 중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앞서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에 패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업계 1·2위 건설사의 리턴매치가 예고된 이번 수주전에서 반드시 승기를 쥐겠다는 절박함이 내부 전략에 반영됐다.
3구역까지도 시공권 확보를 노리고 있는 현대건설에게는 2구역 승리가 핵심 열쇠다. 3구역은 현대 1∼7·10·13·14차 단지로 구성된 ‘최대어’로, 최고 70층 5175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정통 계승자’임을 부각하기 위해 올해 초 전담 영업팀을 꾸렸고, ‘압구정 현대’ 한글·한자 상표를 출원하며 정통성 강화에 나섰다. 대형 로펌과 손잡고 법률 검토도 병행 중이다.
삼성물산 역시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달 1일 조합원 대상 홍보관을 압구정에 개관했고, 강남사업소에 정비사업팀을 집중 배치하며 본격 수주전에 돌입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압구정 2구역 입찰 공고가 임박하면서 이미 양사 간 홍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성수1구역 입찰 일정까지 겹치면 양사 모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만 해도 선별 수주 전략으로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개포주공 6·7단지 수주로 실적이 1조원대에서 2조9400억원대로 급등했다. 하반기에는 주택사업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한우 대표의 지휘 아래 압구정 정면 승부를 시작으로 수주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 모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압구정 2구역만큼은 자존심과 헤리티지가 걸려 있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이 빠진 성수1구역은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의 양자 대결 구도가 점쳐진다. 성수 재개발은 성수동1가 일대 약 16만평을 4개 지구로 나눠 55개 동 9428가구를 짓는 사업이며, 1지구 사업비는 약 2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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