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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삼성전자, 지난해 투자 지출 5배 증가… '초대형 투자' 예고?

임효진 기자 2025-03-18 07:05:00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 85조…전년 대비 5배 급증

설비 투자 53조·단기금융상품 33조 증가…유동성 강화

장기 투자보다 단기 활용성 높여… '결정적 한 방' 준비

[사진=챗GPT]
[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시설 투자를 단행한 가운데 ‘투자활동현금흐름’이 전년 대비 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기금융상품을 대폭 늘리며 유동성을 강화했다. 반도체 시장 변동성, 향후 대규모 인수합병(M&A) 및 추가 시설 투자 등을 고려해 현금을 비축해 둔 것으로 해석된다. 본원적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승부수 띄우기 준비 과정에 이미 들어선 것이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미래의 성장을 위한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나타내는 재무제표 항목이다. 설비 투자, 연구개발(R&D), 금융자산 운용, 인수합병(M&A) 등에 사용되는 현금흐름이 포함된다. 이 중에서도 단기금융상품은 만기가 1년 이하인 금융자산으로 기업이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하는 금융상품이다.

17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85조38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6조9228억원) 대비 5배 가까이 늘었다. 시설 투자에만 53조6461억원을 사용한 데 더해 단기금융상품을 32조9767억원 늘리며 현금성 자산을 크게 확대한 결과다.

이는 직전 연도인 2023년 단기금융상품을 39조원 줄인 것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다. 당시에는 보유 현금을 설비 투자나 M&A 같은 직접 투자에 사용했는데, 지난해에는 현금을 완전히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유동성 확보가 아니라 향후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해석된다.

실제 장기금융상품 투자는 2023년 5조3077억원에서 지난해 3조9872억원으로 약 1조4000억원 줄었다. 장기금융상품을 줄였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돈을 묶어두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활용할 여지를 남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장기금융상품을 늘리면 장기적인 재무 안정성을 우선시한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단순한 설비 확대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시장 수요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여부 등을 고려해 투자 속도 조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부터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설비 투자 결정은 단기적인 수익 창출보다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삼성전자가 단기금융상품을 대폭 늘린 것은 시장이 확실히 반등하는 순간을 기다리면서 ‘더 큰 투자’를 감행하기 위한 준비 과정일 가능성 크다고 해석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M&A를 고려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2017년 미국의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처음으로 신사업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1월 한종희 부회장은 ‘CES 2025’에서 M&A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TSMC 등과 경쟁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설비 증설이나 신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미 예고하기도 했다. 올해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초격차 기술 리더십 확보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미래 기술과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단기 금융상품을 대폭 늘린 것은 단순한 자금 운용 차원이 아니라 향후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투자 기회를 잡기 위한 전략적 판단일 것"이라며 "경쟁사들이 어떻게 투자하는지 살피면서 최적의 시점에 승부수를 던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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