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이날 발표 성명을 통해 립부 탄 CEO가 오는 18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하며 2024년 8월 사임했던 이사회에도 재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CEO 교체는 지난해 12월 팻 겔싱어 전 CEO가 사임한 이후 약 3개월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팻 겔싱어 전 CEO 사임 이후 인텔은 임시 CEO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립부 탄 신임 CEO는 성명을 통해 "인텔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경쟁에서 뒤처진 분야에서는 과감한 혁신을 통해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진전이 미흡한 사업 부문에서는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립부 탄 CEO는 "인텔의 재건이라는 과제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인텔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하기에 CEO직을 수락했다"며 "인텔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술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싱가포르에서 성장한 립부 탄 CEO는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분야의 선두 기업인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에서 CEO를 역임하며 업계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케이던스는 인텔을 포함한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사용하는 필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벤처 투자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립부 탄 CEO는 2004년 케이던스 이사회에 합류한 후 2008년 공동 CEO, 2009년부터 단독 CEO를 맡아 10년 이상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CEO 재임 기간 동안 케이던스를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강자로 성장시키며 경쟁사인 시놉시스와 함께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2022년부터 약 2년간 인텔 이사회 멤버로 활동한 경험도 있다.
인텔의 CEO 교체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정규장에서 4.55% 상승 마감했던 인텔 주가는 CEO 교체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11% 이상 폭등했다.
립부 탄 CEO 앞에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약 50년간 PC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장악하며 반도체 산업을 선도해왔으나 모바일, 인공지능(AI) 등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고 CPU 시장에서도 AMD 등 경쟁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며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2021년 팻 겔싱어 CEO가 취임하며 인텔 재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지속적인 실적 악화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2024년 8월 발표된 실적은 인텔 역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실적 부진이 심화되자 인텔은 1만5000명 규모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오하이오 공장 건설 계획을 포함한 일부 투자 계획을 연기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에는 인텔의 사업 부문 분할 및 매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브로드컴이 인텔의 칩 설계 및 마케팅 사업 부문 인수를 검토 중이며 대만 TSMC는 인텔의 공장 운영을 위한 합작 회사 설립을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퀄컴 등에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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