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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트럼프=양치기 소년'…트럼프 2기 최종 대응책은 '기술 경쟁력'

박연수 기자 2025-03-11 06:00:00

업계 전문가 제언 모아보니…커다란 영향력 '미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관세 정책을 보면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이 떠오른다. 양치기 소년은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며 동네 어른들을 놀렸다. 거짓말 초반 어른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이 반복되자 실제 늑대가 나타났을 당시 양치기 소년은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해 잡아 먹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치기 소년'이 됐다. 선포하고 정작 시행하지 않는 관세 정책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공언하던 캐나다·멕시코 관세 계획을 3번 변경하며 정작 시행은 계속 미루고 있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압박'일 뿐, 국내 산업계에 커다란 영향은 없을 것이라 분석했다. 오히려 미국 내 피해를 우려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세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작 관세 시행시 자국 내 피해가 커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만약 진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지라도 과거 조지 부시의 실패한 철강 관세 정책과 같이 피해가 부메랑처럼 미국에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철강 산업을 '세이프 가드' 한다는 명분으로 8~30%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과세 정책을 통한 미국 철강 산업의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했고 여타 미국 산업과 소비자에게 피해만 끼쳤다고 평가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피해가 더 클 것이라 분석했다. 장 원장은 "대기업을 제외하곤 물건을 배에 실을 때 관세를 부과하기에 미국의 중소기업 바이어 입장에서는 수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수입 가격 상승으로 현지 물가도 올라갈 수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가 3년 반 가량 남은 만큼 기업들이 미국 현지 공장 설립보단 버티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실제 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에 대해 소비자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관세 부과시 막대한 이익 감소가 우려되는 자동차 업계 전문가도 '허풍'이라고 판단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하나의 '액션'으로 보인다"며 "당선 전 전미자동차노조(UAW)에게 트럼프가 제시했던 일자리 마련 공약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보여주는 것 같다. 또 관세가 부여되더라도 미국내 포드, 제너럴모터스(GM)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제언했다. 

자동차를 전문으로 하는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도 "관세 부과시 미국 내 생산 비용 자체가 올라가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은 장기적 투자 계획을 변화시킨다기 보단 단기적으로 물량을 조절하는 식의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재 대응책 마련 자체가 별 다른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태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글로벌리스크 팀장은 "관세 정책이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피해가 예상될 것이라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현재 트럼프는 관세 부과보다는 협상을 원하는 모습이기에 정부끼리의 '접촉'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관세 정책을 딱 정하지 않아 대응책을 마련하기 애매하다"며 "영향을 잘 파악해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국내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도 있다. 특히 에너지, 조선 업계에서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는 "미국에서 석유, 가스 체굴 등을 국내 기술력을 이용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며 "아울러 종전을 주장하는 트럼프 덕에 에너지 공급망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선·해운 업계도 마찬가지다. 전준우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선사에 더 큰 부담을 부여하는 것은 국내와 일본 해운사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우리 국적 해운사 HMM의 경우 미주 노선이 발달돼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국내 산업에 이점이 될 것이라 분석한 업계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술 경쟁력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상식 원장은 "경쟁국, 경쟁 기업과 동일한 비율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오히려 기술 경쟁력을 가진 국내 산업들에는 이득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며 미국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분석한 전문가도 있다. 

황용식 교수는 "트럼프는 정치인"이라며 "기업적 측면에서 보면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찾아 경제를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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