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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데스크칼럼] 변화적응과 새로운 전략

박명섭 생활경제부장 2025-03-05 11:00:00
박명섭 생활경제부장
[이코노믹데일리] 안락한 현실에 안주해 외부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비유로 많이 회자 되는 '냄비 안의 개구리' 이야기가 있다. 냄비 안에 찬 물을 채우고 그 안에 개구리를 넣어 불을 붙여 서서히 온도를 올리면 개구리는 물의 온도에 적응해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는 끓는 물 속에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결국 삶아져 죽게 된다는 이야기다. '변화적응' 을 강조할 때 많이 소환되는 우화다. 

4일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이어 법원은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하향 조정되면서 단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자 선제적 조치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으로 홈플러스는 모든 영업을 정상 운영하면서 회생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홈플러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2020년에는 매출액 6조9662억원, 영업이익 99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6%, 41.8% 감소했고, 2021년부터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 빠졌다. 2021년 1335억원, 2022년 2602억원, 2023년 19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 1~3분기에도 157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홈플러스의 실적 악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 그리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인수 이후 발생한 재무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MBK는 2015년 영국 유통 기업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인수 자금 중 5조원은 홈플러스 명의의 대출과 MBK 측의 인수금융 대출로 충당했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고, 이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MBK는 홈플러스의 자산 매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고 시도했지만, 이는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국내 대형마트 업계 전반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내수 침체 장기화와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인해 대형마트들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업계는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한 대응력 부족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옴니채널 전략 구축에 실패하고,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소홀했다. 아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초래했다. 특히 쿠팡, 네이버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뿐만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해외 이커머스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고전하는 모양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통해 단기 자금 부담을 완화하고 경영 정상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회생절차가 성공적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의 자금 부담 완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 신용등급을 'A3-'에서 'D'로 재차 하향 조정했다.

홈플러스가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산 매각, 비용 절감,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신선식품, PB 상품 등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마트들도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과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 속에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만 냄비 안의 개구리 신세를 면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홈플러스가 이번 회생 계획을 통해 조속히 수익성을 개선하고 재무 구조를 안정화시킬 수 있길 바란다. 또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으로 재무장 하길 기대한다.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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