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31일 논평을 통해 "자본시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하고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필수 조건"인데 "이를 무시하고 파행적으로 진행된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그동안 정부, 국회 및 전국민이 간절히 바랬던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진입' 희망을 무참히 짓밟았다"고 평가했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최윤범 고려아연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영풍의 주식 10.33%를 고려아연의 호주 소재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고려아연 → SMC → 영풍 → 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구조가 성립됐으며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의 약 28.98%에 대한 의결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거버넌스포럼은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규정 적용을 회피하고자 100% 손자회사인 호주 SMC 명의로 영풍 주식 10%를 전격 취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러한 고려아연 경영진의 지분 거래는 공정거래법을 반하는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시주총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을 근거로 외국법인에도 상호주를 인정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임시 주총에서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을 적용한 점도 지적했다.
거버넌스포럼은 "주식회사는 우리나라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되는 것인데 외국에 설립된 법인인 SMC는 우리나라 법령에 근거한 바 없으므로 상법 적용 여부도 불분명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법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거버넌스포럼은 "이번 사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속한 상법개정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주총이라는 주주권리의 핵심 제도가 무력화 됐다. 주주들의 의결권을 강탈해 주식회사의 존립을 허무는 행위, 특정주주의 사익을 위해 회사의 자산과 회사의 법률행위 능력이라는 법인격을 동원한 것 자체, 그리고 주주들의 가처분 신청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주총 전날로 지분 거래 타이밍을 잡은 것 모두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말했다.
또 거버넌스포럼은 대기업 중심의 규제에 초점을 맞춰 공정위가 거버넌스 문제를 다루는 것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거버넌스포럼은 "SMC가 최상위 모회사 영풍의 10% 지분 취득이 가능했던 것은 최상위 회사의 극단적 저평가(PBR 0.2배) 및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중복상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거버넌스포럼은 마지막으로 고려아연 기존 및 신임 이사들이 특정주주의 사익을 위하기 보다는 선관주의에 입각해 모든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판단을 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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