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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소액주주의 무기, 집중투표제… 고려아연과 영풍의 최종 승자는

박연수기자·이지환 수습기자 2025-01-14 06:00:00

집중투표제 도입 두고 갈린 전문가들

17일 의안상정금지 첫 심문 진행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에 '집중투표제'라는 최후의 수단이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분쟁의 최종 승자를 '집중투표제' 도입여부에 따라 다르게 예측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오는 17일 영풍이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제안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며 제출한 ‘의안상정금지’ 가처분에 대한 첫 심문을 진행한다. 임시 주주총회가 23일 예정된 만큼 빠른 결과 도출이 예상된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이사 선임 안건마다 1주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대주주의 입장이 축소되며 기업 지배권 행사에 위협이 될 수 있기에 기업들은 도입을 미루고 있다. 

실제 2006년 행동주의펀드 칼 아이칸은 집중투표제를 이용해 국내 담배제조 기업 KT&G에 사외이사 1명을 이사회에 진출시켰다. 이를 통해 칼 아이칸은 KT&G에 장기사업을 위해 가지고 있던 부동산 매각, 자사주 소각, 회계장부 제출,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기업공개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소액주주들한테 유리한 방식이라는 증거다.

반면 지분율에서 밀리고 있는 고려아연에게는 집중투표제가 최후의 수단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임시주주총회를 일주일가량 앞둔 현시점에서 고려아연 측에 위기가 연이어 찾아왔다. 임시주총의 '캐스팅보터'로 불리던 국민연금이 돌연 2.98%의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0월 발표됐던 유상증자를 부정거래로 판단하고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기 때문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고려아연에 우호적 입장을 보이던 국민연금이 지분 약 3%를 매각하며 고려아연에 악조건이 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에 따라 다시 국민연금의 캐스팅보터로서 역할이 확대될 수도 있어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입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도입 여부 가능성에 대한 의견도 갈렸다. 

먼저, 김수희 법무법인안심 변호사는 법원이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요건을 엄격히 봐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조하면서도 본질로 들어가 보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점과 주주 제안을 하는 시점에서 정관상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던 점, 이 두 가지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상법 제382조의2에 따르면 집중투표청구는 주주가 집중투표를 청구할 시점에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없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정관 제29조의1에서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며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반대로 김규식 한국거버넌스포럼 이사는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 것으로 예측했다. 

김 이사는 "우리 법원은 법령에 직접 규정되지 않으면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처분은 기각될 것 같다"며 "정관에 배제 규정이 있다면 주주제안도 못 한다고 해석하면, 집중투표제는 사살상 사문화된다. 집중투표제를 적용하겠다고 청구하는 안건부터는 배제 정관이 없어야 한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소액주주의 보호를 위한 제도를 경영권방어를 위해 남용한다는 주장이 쟁점이 될 듯하지만, 받아들여 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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