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3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평가되는 마이크론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내년 실적 예상치를 하향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함께 요동치고 있다. 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들어가는 엔비디아의 GPU ‘블렉웰’ 출시도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반도체 업계에서는 맞춤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작업체 브로드컴이 국내 반도체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에 주문형 반도체(ASIC)를 공급하는 브로드컴이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떠오르면서다.
이병훈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23일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독주 체제에 브로드컴이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며 "신경망처리장치(NPU)시장 성장세가 빨라 누가 브로드컴 성장세에 올라타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TSMC를 제치고 뉴욕증시 시가총액 9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엔비디아를 제치고 브로드컴을 가장 선호하는 주식으로 선정했다.
이처럼 브로드컴이 하루가 다르게 승승장구할 수 있는 이유는 맞춤형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브로드컴은 현재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의 바이트댄스, 구글, 메타로 추정되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과 협업해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범용 칩은 가격이 비싸고 자사 서비스에는 불필요한 부분도 포함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받으면 자체 기술 개발 로드맵에 맞춰 서비스 개발 계획을 세울수도 있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브로드컴에 반도체 개발을 의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브로드컴과의 협업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부터 브로드컴에 HBM제품을 대량 공급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브로드컴은 삼성에도 ASIC(특정 용도용 집적 회로)를 활용한 AI 가속기에 들어갈 HBM4 제작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직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하고 있지 않은 삼성전자에게는 브로드컴이 추후 HBM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대형 수요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맞춤형 반도체가 부상하고 HBM 제품 수요가 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 기회가 열린 것이다.
김 연구원은 “대만 TSMC가 이미 소화하기 어려울 만큼의 물량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HBM 제품이 다양한 기업에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렇게 되면 당연히 우리 반도체 기업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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