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은 21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 제기한 자사주 취득 금지 2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이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자사주 공개매입에 나선 게 절차상 위법이나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영풍·MBK는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과 함께 "향후 손해배상, 업무상 배임 등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정 공방 장기화를 선언한 셈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제기한 가처분에 대해 기각 판결이 내려지며, 의도적인 사법 리스크를 조장한 사실이 명확해졌다"며 "금감원 진정을 포함해 모든 사법적 절차를 동원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주장하는 법적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고려아연 경영진이 배임을 했는지 여부와 영풍·MBK가 부정거래와 시장교란, 시세조종을 했는지 여부다.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노진수 전 고려아연 회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나 이그니오 홀딩스 같은 곳에 방만하게 투자하며 고려아연 가치에 손실을 입혔다고 보고 있다. 또 이사진이 자사주를 비싸게 매입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는 등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이러한 내용을 담아 지난달 25일엔 최 회장과 노 전 회장, 지난 2일엔 사외이사 6명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각종 허위주장과 인위적 가처분 신청을 통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를 방해했다고 강조했다. 공개매수 계획 발표 직후 영풍·MBK 측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한도가 고려아연 입장(약 6조원)보다 낮은 586억원이라고 알리거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문구만 바꾼 가처분 신청으로 법적 리스크를 걸고 있다는 의견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법적 다툼의 결론을 두고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일단 영풍 측 본안소송과 고려아연 측 부정거래 행위 모두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가처분과 본원은 법적으로 완전히 다른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추가되는 증거와 증인에 맞춰 가처분 결정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며 "만약 민사와 형사 둘 다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소 3~5년은 더 기다려야 하고 그 당시의 사회적 이슈까지 고려해야 판결을 전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아직 거론된 내용만 가지고 부정행위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양측이 어떤 법리를 가지고 소송전에 나설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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