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중구 소재 은행회관에서 국내 18개 은행장이 참여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가계대출 증가세 대책을 논의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했다"며 "국민들이나 은행 창구에서 직접 업무를 보신 분들께 여러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마다 여신 포트폴리오 관리가 다르기 때문에 여신 심사 등에 대해 (은행들이) 적정한 기준을 세워 논의하되 그레이존에 있어서 판단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은행권에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기준은 은행의 '자율 운영'에 맡기겠다는 취지다. 다만 다주택자 등 투기성 대출 심사는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이 원장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상해 온 은행권을 향해 비판에 나서면서 은행들은 주담대 만기 축소, 전세대출 중단 등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 피해 우려가 커지자 당국이 수습에 나선 것이다.
유주택자 대상 주담대를 전면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시중은행들은 1주택자에 예외 요건을 달아 대출을 내주는 방향으로 기준을 완화한다.
우선 우리은행은 결혼 예정자가 수도권에 주택을 구입·임차하는 경우 세대 구성원이 1주택자라도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대출신청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 주택을 일부 또는 전부 상속받은 경우라도 주담대와 전세대출 모두 가능하다.
결혼 예정자는 청첩장과 예식장 계약서 등, 상속자는 상속결정문 등 증빙 서류가 필요하다.
아울러 주담대 취급은 안 되지만 전세 대출은 취급 가능한 조건도 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지역의 직장으로 취업·이직·발령 나는 경우 △자녀가 수도권 지역 학교로 진학·전학하는 경우 △본인 또는 가족이 1년 이상 치료나 요양을 위해 수도권 소재 병원 통원이 필요한 경우 △60세 이상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 주택을 임차할 경우 △이혼 소송 중인 경우 △분양권 또는 입주권 보유자이면서 그 외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경우 △행정기관 수용 등 부득이한 경우로 분양권을 취득한 경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실수요자 사례는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을 신설해 금융 소비자의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신한은행은 주담대의 경우 1주택 소유자에 대한 처분 조건부로 신규 구입 목적 예외를 허용한다. 신규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실행일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구입 주택 매수 계약 체결을 한 차주가 대상이다. 계약 일자는 시행일(2024년 9월 10일)과 무관하게 적용 가능하다. 징구 서류는 보유주택 매도 계약서와 구입주택 매수 계약서다.
이와 함께 임차보증금 반환목적의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를 1억원 초과해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보유주택의 세입자 임차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를 신청한 차주가 대상이다. 보유주택 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해야 한다.
신용대출은 실수요자의 연소득 100% 초과 예외를 허용한다. 연소득의 150%(최대 1억원 이내) 범위 내에서다. 본인결혼, 가족(배우자·직계) 사망, 자녀 출산, 의료비 지출 등이 예외에 해당한다. 각 예외사례마다 관련 증빙서류가 필요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향후 예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실수요자 사례에 대해서는 담당부서의 전담팀을 통해 소비자의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9일부터 1주택자 세대의 서울·수도권 내 추가 주택구입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하되 △기존 주택 처분 후 새 주택 구입 △대출 실행일 6개월 이내 결혼 예정자가 주택 구입 △대출 신청 시점에서 2년 이내 주택을 일부 또는 전부 상속받을 경우는 예외 허용하기로 했다.
또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는 목적인 주담대 생활안정자금은 연간 1억원 한도 초과 시 취급이 가능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가계대출 전문가로 구성된 실수요자 심사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다"며 "대출 실수요자 판단 기준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실수요자의)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최근 은행들의 주담대 제한으로 인한 풍선효과로 신용대출과 2금융권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9321억원으로 전월 말 (103조4562억원) 대비 4759억원 뛰었다. 이는 5일 만에 지난달 증가액(8494억원)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 셈이다.
금감원은 추석을 앞두고 이번 주부터 저축은행과 카드사의 신용대출과 카드론 현황 점검에 착수했다. 이달 들어서는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 보험사들의 주담대 증감과 대출 신청 건수를 점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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