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최종 품목허가를 받은 자큐보는 현재 약가 협상만 남겨둔 상태로 연내 출시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 테고프라잔)’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 펙수프라잔)’가 주도하던 국내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3파전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제일약품에 따르면 자큐보는 기존 P-CAB 계열 치료제보다 투여 1시간 이내에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며, 24시간 동안 위 내 pH를 4 이상 유지하는 비율이 85%로 높다. 이처럼 우수한 약효의 지속성은 야간 산 분비 증상 개선에 큰 도움을 줘 환자들의 불편함을 해소 할 것이란 설명이다.
자큐보 임상3상 시험을 주도한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8주 투여 후 자스타프라잔은 97.9%의 높은 치료율로 대조군의 94.9% 대비 우수한 효능을 확인했다”며 “4주 투여 시 자스타프라잔의 치료율은 95.1%로 대조군보다 7.44% 높은 치료율을 보이며 신속하게 효능이 발휘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부작용 분석결과 자스타프라잔과 대조군 간의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 따라서 안전성 측면에서 오랫동안 표준치료제로 사용돼왔던 에스오메프라졸과 비슷해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현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PPI(프로톤 펌프 저해제)계열 치료제에서 P-CAB 계열 치료제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 시점에서 합류한 자큐보는 P-CAB 제제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며 "파트너사인 동아ST와의 공동 판매를 통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데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PPI 계열 치료제에 반해 P-CAB 계열 치료제의 시장 점유율은 절반 정도 된다”며 “같은 P-CAB 계열 치료제 간 경쟁보다는 파트너로 시장을 함께 키워나가자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위식도역류질환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치료제는 PPI 계열 치료제다. 1988년대에 출시된 PPI 계열 치료제는 프로톤 펌프에서 수소 이온의 배출을 막아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구조다. 다만 반감기가 짧아 야간 위산 분비 억제 효과가 떨어지며 새로 생성된 프로톤 펌프 억제 능력이 떨어져 환자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HK이노엔이 지난 5월 발표한 IR 자료에 따르면 PPI 계열 치료제는 전체 위식도역류성 치료제 시장에서 53.7%로 집계됐다.
PPI 계열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해 개발된 P-CAB 계열 치료제는 상대적으로 빠른 약효 발현, 야간 위산 분비 억제 효과, 약물 상호작용 위험 감소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다른 약물과 병용이 가능해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1일 1회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높은 편의성을 갖고 있으며, 장기 복용 시 발생할 수 있는 골절, 비타민 B12 결핍 등의 부작용 우려도 적다. 향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기능성 소화불량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대 가능성이 높아 현재 19.5%에 불과한 시장 점유율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다.
시장조사기관 BCC 리서치에 따르면 소화성 궤양용제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올해 약 21조원에서 2030년 23조2000억원으로 P-CAB 계열 치료제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 점유율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업계는 자큐보의 출시가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P-CAB 계열 치료제 시장의 분위기는 자큐보 출시를 반기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자큐보가 출시된다면 내년 1분기 P-CAB 계열 치료제 시장 점유율이 30%에 근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