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6일 저전력 D램인 'LPDDR5X' 12·16기가바이트(GB)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제품 두께는 0.65㎜로 현존하는 12나노(㎚·10억분의1m)급 LPDDR 중 가장 얇다. 지난 4월 개발에 성공한 이후 약 4개월 만에 양산에 나선 것이다.
LPDDR은 저전력과 고성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일반 D램보다 처리 속도가 2배 빠르고 전력 소모가 낮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간 전력 소모가 적은 모바일 제품 위주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모바일 제품을 넘어 최근 서버, 고성능 컴퓨팅(HPC), AI 반도체 분야로 빠르게 확장 중이다.
특히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는 AI 시대에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LPDDR은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메모리로 많은 전력을 절약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LPDDR의 속도, 두께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LPDDR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57.6%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세계 최초 LPDDR5 D램을 개발한 데 이어 2021년엔 초당 8.5기가비트(Gbps) 동작 속도를 내는 LPDDR5X도 최초로 선보였다.
이에 맞서 점유율 18.8%(2위)로 삼성전자를 뒤쫓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LPDDR5T'를 서둘러 공개했다. 동작 속도 9.6Gbps를 구현해 업계 최고 속도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속 D램임을 강조하기 위해 규격명인 LPDDR5 뒤에 '터보(Turbo)'를 추가해 제품명도 새롭게 명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6개월 만에 이보다 더 빠른 제품으로 응수하며 경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이번에 출시한 LPDDR5X의 동작 속도는 10.7Gbps로, 4GB짜리 풀HD급 영화 20편을 1초에 전송할 수 있다.
올 3분기 중 LPDDR6 표준 규격이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논의에서 확정되면 LPDDR을 둘러싼 시장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이터 처리 성능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회원사 간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